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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20. 몸매 (허준호,김명민,김여호,고은미)    2009/11/14 12:18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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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_허준호_김명민_고은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0_허준호_고은미_우산.jpg

 

20. 몸매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정반장에게 이형사가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반장님.’
‘왜?’
‘아니라고 계속 우기는데요?’
‘뭐래?’
‘못 들으셨어요?’
‘김진건이래?’
‘예. 이름은 모르는데 김진건씨를 말하는 거 같은데요. 김형우씨가 김진건을 혼내주려고 아니, 아주 작살을 내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자기 말로는 남자끼리 의리도 있고 돈도 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답니다. 자기는 김형우씨가 김진건씨 뒤통수라도 부수고 올 줄 알았답니다.’
정반장이 천천히 일어선다.
‘오디 가세요?’
‘내가 들어가 볼게.’

정반장이 조사실로 들어오자 임경만은 어깨를 움츠리며 마치 피하려는 듯 바보스런 몸짓을 한다.
‘임경만씨!’
‘예?’
‘지금 뭘 조사 받고 있는 건 지 알죠?’
‘예......’
‘그날 김형우씨 무슨 옷 입고 갔다 왔습니까?’
‘옷이요?’
‘예. 뭘 입고 있었습니까? 나갈 때하고 들어올 때 같았습니까?’
‘예......’
‘등산복 같은 걸 입었었나요? 우비 같은 거나 그런 거 말이에요.’
‘아뇨.’
‘그럼 차는 뭘 타고 가던가요?’
‘아니, 자기 차를 타지 뭘 타니까?’
‘확실해요?’
‘아니 뻔한 걸 왜 물으십니까? 반장님.’
‘혹시 박수태씨 차 빌려주지 않았어요?’
‘아뇨. 그 친구가 그 낡은 차를 왜 탑니까? 자기 차 놔두고.’
‘그래서 김형우씨가 김진건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이겁니까?’
‘예. 새벽에 들어와서 저를 깨웠는데 그 자식을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자기 처도 보지 못했고요.’
‘정말이죠?’
‘아니, 반장님. 조금 전에 이형사한테 다 말했는데 왜 또 이러십니까? 난 살인 몰라요. 그냥 못된 놈 하나 혼내준다기에......’
‘그래서 경찰을 속여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정반장의 모습에 임경만은 얼어붙는다.
‘당신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지금까지 헛고생한 줄 알아?’
‘아니 저는요... 괜히 하지도 않은 짓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 쓸가봐 그랬죠. 하필이면 왜 그날 죽냐고요? 아니! 바람 못 피우게 하려고 했더니 그날 왜 죽냐고요? 누가 죽으래요?’

정반장은 잔뜩 짜증난 얼굴로 조사실에서 나오며 핸드폰을 건다.
‘응. 홍형사.’
‘예. 반장님.’
‘어디야?’
‘최호진씨 사무실 근처인데요.’
‘그래 그럼 말이야. 양소연 사건 목격자 있지?’
‘아, 그 여자분요?’
‘그래.’
이형사는 뭘 먹는지 책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우물거리고 있다.

홍형사가 목격자 그 여인의 집 현관 앞에 서있다. 인터폰을 누르자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예. 지난번에 왔던 경찰입니다. 홍형사에요.’
현관문이 열리고 입에 뭔가 잔뜩 씹고 있는 그 여인이 얼굴을 내민다.
‘아, 식사중이셨군요?’
‘무슨 일이세요?’
여인의 뒤에 홍형사가 현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식탁에서는 남편과 사내아이가 저녁을 먹다말고 물끄러미 쳐다본다.
‘식사하시는데 실례 좀 하겠습니다.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예.’
남자는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며 인사를 한다. 아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고기를 집어먹고 있다.
거실 베란다 쪽, 여인이 남편 눈치를 한번 보고는 조용히 말한다.
‘다 말했는데 뭐가 또 있어요?’
‘예. 저희가 예상한 거 하고는 좀 어딘가......’
‘뭐가요?’
‘그날 밤에 분명히 양소연씨를 여기 베란다에서 보셨죠?’
‘예.’
‘그리고 남자는 등산재킷 같은 걸 입었고 배낭도 메고요. 맞죠?’
‘예......’
‘둘이 마주서서 뭔가 얘기를 했다. 맞죠? 기억하시죠?’
‘예......’
'양소연씨는 어떤 우산을 쓰고 있었죠? 색깔 기억하세요?‘
‘그건 잘...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요?’
듣고 있던 남편이 젓가락을 든 채 둘에게 다가온다.
‘형사님.’
‘예?’
‘이 사람이 뭘 봤다고 했습니까?’
‘왜 그래!’
여인이 남편의 말을 가로막으려 한다.
‘남편분께서는 모르시나요?’
‘이 사람이 뭐하고 했습니까?’
여인은 이제 어쩔 줄 몰라하고만 있다. 홍형사와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는다.
‘형사님, 이 사람은 말입니다. 밤에 이 동네에서 저랑 마주쳐도 바로 코앞에 와야 엄마야! 하고 제 남편 알아보는 여자입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그날 비도 왔는데 뭘 봤다는 겁니까? 도대체.’
‘봤다니까!’
‘조용히 해! 사람이 죽었어!’
남편이 벌컥 화를 내자 의외였는지 여인은 금방 수그러든다.
‘형사님. 우리 집사람요. 눈이 나빠 가지고 안경 써야 되거든요. 그런데 굳이 콘택트렌즈 끼겠다고 해놓고는 허구한 날 염증에 뭐에! 안과 다니느라고 의료보험중이 거덜 날 판입니다. 식염수 하나 제때 넣지 못하고 그러는데 뭘 봤다는 겁니까?’
‘남편 분 말씀이 사실인가요?’
여인은 대답하지 못한다.
‘아! 빨리 대답해! 이건 수사야! 대한민국 경찰 수사!’
여인은 울상이 되어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한다.
‘보긴 봤어요. 분명히......’
‘뭘요? 다시 말씀해보세요. 천천히. 기억나시는 대로.’
‘저기... 남자가 서있었고요. 그리고 여자가 저기서 걸어 올라와서......’
‘아니! 그게 그 여자인지 어떻게 아냐고!’
남자가 또 화를 내가 여인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맞다니까! 그럼 그 여자나 그러고 다니지! 이 동네 그런 여자가 어디 있어? 그냥 명품으로 쫙 빼입고 몸 좀 잘 빠졌다고 재는 거야 뭐야? 어이구! 재수 없어.’
‘그 여자 죽었어.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그러면 돼!’
‘몰라! 재수 없어!’
‘아니 그리고, 잘 빼입고 다니면 다 그 여자야? 요즈음 잘 입고 다니는 여자가 어디 한둘이야? 요즈음 아줌마들도 몸매 끝내줘. 뭐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어이구.’
‘뭐야!’
‘아니, 왜 이 동네 여자들은 그 애기엄마만 갖고 그래? 뭐 피해줬어? 왜 그렇게 헐뜯고 난리야? 누가 못 생기랬어? 누가 뚱뚱하랬어? 예쁜 게 죄야? 몸 잘 빠진 게 죄냐고?’
‘그래! 죄다! 나도 그 여자처럼 명품 좀 사줘봐라!’
‘어이구. 걸칠 몸이냐 되냐?’
‘뭐!’
홍형사는 어이가 없어 그냥 웃고만 있다.
‘이 형사님 좀 봐봐. 경찰이신데도 이렇게 쫙 빠지셨잖아? 당신 이런 청바지 입을 수 있어? 응?’
홍형사가 갑자기 매섭게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흠칫 놀라고는 또 말한다.
‘아니... 왜 그 여자만 갖고 그래? 슈퍼아줌마도 괜히 사람들한테 그 여자 흉보고, 왜들 그래? 유치하게?’
‘유치하긴 뭐가 유치해! 누구는 자식새끼 키우느라고 립스틱 하나 제대로 못 사는데, 뭐가 저는 잘났다고 툭하면 백화점 쇼핑백에 잔뜩 명품이나 사가지고 돌아다니고 누군 할 줄 몰라서 못 해? 나도 돈 있으면 휘트니스 다니고 쫙 빠진다. 빠져! 이거 왜 이래!’
‘어이구. 잘도 빠지겠다?’
‘정말 이럴래? 형사님 앞에서.’
‘돈 안 들이고도 요즈음 여자들 몸 관리 다 잘해.’
‘누가!’
‘아! 그 집 동생도 잘 빠졌잖아.’
‘누구?’
‘그 여자, 죽은 여자 시누이. 작곡가 여동생말이야.’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아?’
‘왜 몰라? 그럼 동네에서 만나는데 인사도 안 해?’
‘인사를 왜 해?’
‘뭐?’
‘그 여자하고 인사를 왜 해?’
‘나 이거야!’
홍형사의 눈빛이 갑자기 빛이 난다.
‘잠깐만요. 누구요?’
‘예?’
‘지금... 김형우씨 여동생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잘 아세요?’
‘아뇨. 그 집 동생인 거 아니까 마주치면 그냥 눈인사만 하죠. 모르는 척 하긴 좀 그렇잖아요. 어휴. 그 여동생도 만만치 않아요.’
‘뭐가요?’
‘올케만은 못하지만 그 여자도 잘 빠졌어요. 쫙 빼입고 다녀요. 은근히 섹시해요.’
‘그만 안 할래!’
여인은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홍형사의 눈빛은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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