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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도 안되는 판매가(價) 제약사들 밑지고 장사?/'약값 거품' 심각 같은 약이 최고 96배 가격차(差)/[심층분석] 약값은 약국 마음!    2009/10/07 11:29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joheed/4238264

원가도 안되는 판매가(價) 제약사들 밑지고 장사?

실제보다 부풀려 원가 신고…
리베이트 등 불법 부추기고 유통 과정 폭리 가능성

만드는 데 100원이 든 제품을 50원에 파는 회사가 있을까? 놀랍게도 많은 제약회사가 보건당국에 신고한 '서류상'으로는 이렇게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에 제출한 '비급여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50대 품목에 대한 공급단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약회사 상당수가 제품의 생산단가를 실제보다 높게 심평원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단가가 부풀려짐에 따라 제약사와 도매상·약국 등 유통업체가 폭리를 취하거나 리베이트(약을 써주는 대가로 병원·약국 등에 제공하는 금품·향응)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를 개연성이 크며,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간 장애 환자들이 복용하는 '새로나민주'(대한약품)의 경우, 제약사는 개당 2만4600원이 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제약사가 도매상에 제품을 넘기는 가격은 개당 평균 4723원(최저 4500원~최고 9200원)으로, 제조원가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몸살약인 부채표쌍화탕(동화약품)의 신고된 생산단가는 715원이지만 도매상은 평균 274원에 약을 사갔고, 5500원에 생산됐다는 복합마데카솔연고(동국제약·10g기준)는 도매상에 평균 4400원(4162~ 4767원)에 팔려 약국에선 소비자에 5000원에게 팔려나갔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50위권인 비급여 의약품(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약품) 중 32개(64%)가 이처럼 신고된 생산단가가 도매상에 판매된 가격을 웃돌았다. 밑지는 장사를 할 기업은 없기 때문에, 이는 곧 대다수의 업체가 생산단가를 뻥튀기해 심평원에 신고했다는 뜻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심평원 의약품정보센터는 의약품의 유통량을 파악하기 위해 생산단가·수량 등을 보고받고 있는데 2008년부터 의약품정보센터가 비급여의약품의 공급단가도 따로 보고받기 시작하면서, 제약사가 생산단가를 허위로 보고하는 정황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의약품정보센터 관계자는 "생산단가부터 부풀려지면서 현재의 의약품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도 제약업계의 허위신고 관행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의약품정보센터 강지선 정보운영팀장은 "의약품의 생산단가와 판매가를 비교해봤을 때 도무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허위신고한 경우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손숙미 의원은 "생산원가가 부풀려져 신고되면 유통과정에서 리베이트나 끼워팔기 등을 하거나 비슷한 의약품은 제약사들끼리 가격을 담합할 수 있는 구멍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A약품의 생산원가가 100원으로 보고됐고 시장에서는 120원에 팔려나간다면, 20원이라는 납득할 만한 수준의 마진을 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A약품의 생산원가가 20원이었다면 유통과정에서 1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마진이 붙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이해 뻥튀기된 제품 가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의약품정책과 홍정아 사무관은 "올해 안에 생산단가를 허위보고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값 거품' 심각 같은 약이 최고 96배 가격차(差)

수의계약·뻥튀기 신고… 약값, 일본보다 2배 비싸

A제약회사가 한 종합병원에 수의(隨意)계약으로 항혈전제를 납품한 가격은 한 정(錠)당 1739원이었다. 그러나 다른 중형 병원에 공개 입찰로 판 가격은 18원에 불과했다. 같은 약을 무려 96배나 차이 나게 판 것이다.

이 같은 실상은 본지가 22일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을 통해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공급 현황' 자료에 나타나 있다. 자료에 따르면, A제약사 혈액순환 개선 치료제도 공개 입찰에서는 14원에 판 반면, 수의계약에서는 715원을 받아 51.1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일부 병·의원이 공개 입찰이 아니라 특정 도매상과 수의계약을 맺은 후, 약품을 비싸게 사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같은 국·공립병원은 법에 따라 의약품을 공개 경쟁입찰로 구매해야 하지만, 병상 100개 이상 일반 병·의원과 국립이 아닌 종합병원은 수의계약으로 약을 살 수 있다. 수의계약을 통해 약값에 거품이 끼게 되고 리베이트(의약품 구입의 대가로 기업이 병원에 제공하는 금전적 이익)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약값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작성한 '외국과의 약가(藥價) 비교' 자료를 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50개 약 성분으로 제조한 복제약(특허기간이 끝난 신약과 동일하게 제조한 약) 가격이, 우리나라 약값을 100원으로 잡으면
일본은 49원, 프랑스 73원, 독일 58원 등이다. 우리보다 더 비싼 곳은 미국(172원) 정도였다.

비싼 약값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지출액 34조8457억원 중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9조548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약값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0% 내외를 세 배 가까이 웃도는 것이다.

왜 이렇게 약값이 비싼 것일까. 수의계약 관행과 함께, 제약업체들의 약값 부풀리기 신고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앞서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제약업체가 신고한 약값만큼을 정부가 지급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도'에 따라, 제약업체가 정부에 건강보험 대상 약품 거래가격을 부풀려 신고해 상환받는 것이다.

◆약값 부풀리기 신고

심평원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자료'에 따르면, B업체는 자사 제품을 복지부가 정한 상한가로 거래했다고 복지부에 신고해 해당 금액을 상환받았으나, 실제 거래가격은 신고가격의 약 92%인 것이 밝혀졌다. C제약사도 자사 제품을 상한가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도매업체·병원 등에 신고가의 96%로 거래하고 있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공개입찰을 하는 국·공립병원을 제외할 경우 거의 100% 상한가로 거래했다고 신고해 상환받고 있다"며 "실제 거래가는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신고 가격과 실거래가 차액의 상당 부분이 고스란히 리베이트에 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제약업체의 허위 신고가 드러나도 처벌 조항이 부실하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최유천 센터장은 "제약사가 거래가를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지만, 허위로 보고할 땐 처벌할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실거래가 상환제를 비롯한 정부의 약가 규제 정책은 문제가 있다"며 "자유 입찰을 통한 가격 경쟁이 아예 막혀 있으니 업체가 자사 제품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병원·약국 리베이트에 치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도 실거래가 상환제가 약값 거품을 빼는 데 실효가 없다고 보고, 병원과 약국이 약을 싸게 사는 만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늘어나는 리베이트

그런 와중에도 리베이트는 갈수록 늘어나 약값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은 2007년(490억원)에 비해 24% 늘어난 600억원"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120개 의약품 제조업체는 2007년 광고선전비·접대비 등을 아우르는 '판매 관리비'로 전체 매출액의 39.1%에 해당하는 4조1739억원이나 지출했다. 약값의 20% 정도를 리베이트 비용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비용은 약값에 전가돼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심층분석] 약값은 약국 마음!

약값, 정부가 정한다고?
자율 가격제로 제각각…서울은 종로가 싸
탈모치료제 한 박스에 1만원 차이 나기도
약사들 "출혈 경쟁… 차라리 정찰제 하자"

서울 용산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그는 소화제를 달고 산다. 김씨는 항상 집 앞 약국에서 소화제 '훼스탈 플러스' 10정을 2500원에 사왔다. 점심시간에 소화제가 다 떨어진 것을 안 김씨는 회사가 있는 종로의 대형약국을 찾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같은 약을 1600원에 팔고 있었다. 김씨는 "평소 50% 이상 비싼 가격에 약을 사왔던 것을 알고 나니 왠지 속은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 종로·노원 싸고 강남·용산 비싸

본지가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2007년 하반기 다소비의약품 판매가격 조사결과'에 나온 서울 구별 평균 판매가를 비교해본 결과, 같은 약도 최고가와 최저가는 20~30% 정도 차이가 났다.〈표 참조〉 김모씨는 용산구에서 가장 약값이 비싼 약국을 이용하다가 종로구의 최저가 판매 약국을 찾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약국이 밀집한 종로구는 대부분의 약품에서 가격이 서울 지역 평균가 이하였다. 노원구, 강서구, 구로구도 대부분 서울 평균가 이하로 판매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강남구, 용산구, 마포구에서는 대부분 서울 평균가보다 높게 판매되고 있었다.

약품 가격이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은 약품 가격을 정부가 아닌 약사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9년 3월 1일자로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를 실시했다. 즉 판매자인 약사가 약품 가격을 정한다는 말이다. 대상은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과 처방전 대상 약품이어도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 전문의약품이다.

이 전에는 약품도 다른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표준 소매가격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때부터는 제약사가 약국에 공급한 약품 가격보다 싸게만 팔지 않는다면 약사가 약품 가격을 마음대로 매길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가족부 의약품정책과 이수연 사무관은 "과거엔 약국들이 표준소매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팔아 정찰제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자율경쟁을 도입해 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소비자들 지역별 약값 차이 몰라

정작 소비자들은 약값이 천차만별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몇 달 전 압구정동 A약국에서 처방전으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석 달치를 샀다. 가격은 한 달치 30정 들이 세 박스 20만2500원(한 박스 6만7500원).

3개월 뒤 이씨는 회사 앞 명동 B약국에 들렀다. 이번에는 한 박스에 6만2000원이었다. 이씨는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따졌더니 '약국에서 가격을 정하는 것이니 알아서 싼 약국을 찾아보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종로의 C약국에서 한 박스를 5만7000원에 살 수 있었다. 이씨는 "약품가격을 약국에서 정한다는 사실은 이번에서야 알았다"며 "한 박스에 1만원 넘게 아낄 수 있었는데 왜 이런 정보는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제조사에 확인한 결과, 권장 소비자 가격은 30정에 6만원이었다. 실제 제약사가 약국에 공급하는 가격은 이보다도 훨씬 낮았다.

보건복지가족부 이수연 사무관은 "1년에 두 번 50대 주요 의약품에 대해 전국 지역별 가격조사를 해 보건복지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소비자단체가 약품 가격 조사를 더 자주하고 결과를 다양한 경로로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 가격경쟁 심해 약사들도 반발

약사들은 아예 판매자 가격표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홍보이사는 "약사가 약품 가격을 정하게 되면서 경쟁이 너무 심해져 가격 스트레스를 받아 과거처럼 정찰제로 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약국을 양질의 서비스가 아닌 가격경쟁력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약국 간 가격경쟁이 심하다 보니 지난해 하반기 주요 판매 약품의 평균 마진율이 상반기 판매가격 조사 때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약국이 밀집한 종로구에서는 제약사 공급가보다 더 싸게 팔아 마진율이 마이너스인 품목도 나왔다.

국내 한 제약사의 영업담당자는 "마진율이 갈수록 떨어지다 보니 광고로 잘 알려진 품목은 싸게 팔아 손님을 끌고, 대신 약사가 권유하는 약은 비싸게 팔아 수익을 맞추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결국 약사도 소비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한 가격표시제인 셈이다.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 ]

약국에서 약품 가격을 정하는 제도. 제약사가 약국에 공급한 가격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에 저촉 받지 않고 약국이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처방전이 필요해도 의료보험에서 약값을 보조하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 대상이다.

 

비싼 복제약이 리베이트 부추긴다

오리지널약 대비 복제 약값 선진국의 3배 수준
위험부담 큰 신약 개발보다 마케팅으로 손쉽게 장사
제약協 리베이트 신고센터 접수 1호는 협회 회장社

190여개 제약사들이 가입한 제약협회 어준선 회장(안국약품 회장)은 지난 3월 회장 취임 일성으로 "악역을 맡아서라도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겠다"고 했다. 협회 내에 리베이트 신고센터도 설치했다. 리베이트란 의약품을 써주는 대가로 제약사가 의사·병원·약국에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의약계의 고질적인 비리를 말한다.

그런데 센터에 처음 들어온 제보는 어 회장이 오너인 안국약품에 관한 것이었다. 안국약품이 제주도에서 열린 학회에서 의사들에게 대규모 접대를 했다는 것이었다. 협회는 자체 조사결과 사실임을 확인하고 지난 6월 안국약품에 위약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제약업계에서는 "회장 회사라고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약값 제도가 리베이트 온상

안국약품 징계 이후 제약협회의 리베이트 신고센터엔 석달 넘도록 추가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다. 이를 놓고 제약협회가 형식적으로만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안국약품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아직도 리베이트 영업은 널리 퍼져 있다고 업계에선 지적한다.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조차도 지난 15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리베이트 근절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연 제약업계 세미나에서 "(정부가 8월 1일부터 시행한 '리베이트 적발시 약가 20% 인하 조치' 이후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금단현상처럼 몇몇 회사들이 최근 다시 리베이트를 주기 시작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7년 조사에서 적발한 리베이트 규모는 D제약·H약품 등 10개사 5228억원에 달한다. 이어 지난 1월엔 다국적 제약사 G사 등 7개사 200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 제공을 적발해 처벌했지만 리베이트 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부담은 결국 약값에 얹혀져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 같은 검은 거래가 가능한 것은 한국 특유의 약값 결정구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의약품별로 가격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상한선 안에서 병원이 구입했다고 신고하는 약값만큼 정부가 지급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상한선을 1000원으로 고시한 약이 있을 경우 병원은 구매 경쟁을 통해 800원에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병원은 1000원에 사나 800원에 사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어차피 그만큼의 돈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아 제약사에 그대로 넘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거래가 상환제도다. 약을 싸게 구매해도 병원에 떨어지는 이득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제약사는 병원에 약을 1000원에 사주면 차액 200원을 리베이트로 주겠다는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병원과 제약사는 의약품 99%를 각 의약품 고시가의 상한액으로 거래했다고 신고하고 있다.

변재환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지금의 실거래가 상환제는 '가짜 거래가 상환제'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 가격과 실제 거래가 차액의 상당 부분이 리베이트로 쓰이는 것은 물론이다. 현행 약가제도가 리베이트 거래를 조장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는 2007년 조사에서 평균 리베이트 비율이 매출액의 20%이고, 국내 제약산업시장 규모가 10조원 정도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규모가 2조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산술적으로 국민들이 매년 2조원의 추가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박형욱 교수(의료법윤리학)는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제약회사에 큰 이윤을 보장하는 문제 많은 제도"라며 "전문가들 사이엔 병원이 약을 싸게 구입하는 만큼 차액을 가져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비싸게 책정된 복제 약값

의·약 분업 이후 개원 의사들은 약을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 처방만 할 뿐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자기 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개원 의사들에게 직접적으로 리베이트를 건네는 시도를 한다. 그렇게 해도 영업이익이 보장되는 것은 우리나라 약값에 거품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박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은 복제약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고 거기서 리베이트 재원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2008년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은 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약의 16% 수준이고, 대부분 선진국도 30% 내외지만 우리나라는 86% 정도로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은 하지 않고 차별성 없는 복제약만 만들어 '목숨 걸고' 리베이트 등 마케팅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9~2007년 사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은 단 15건에 불과하다. 대신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 1만5000 품목 중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달한다. 연세대 의대 박형욱 교수(의료법윤리학)는 "신약 개발은 위험 부담이 큰 대신 복제약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약제비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약제비는 건강보험 총지출의 29.4%에 이르는 10조3036억원에 달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7%대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윤 박사는 "지금 약값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고 그 거품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구조"라며 "국내 복제 약값을 적어도 다른 선진국 복제 약값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특허 만료시 오리지널 약가를 현행 80%에서 더 하향 조정하고, 동일 성분 약품에 대해서는 동일 약가를 적용하며, '저가 구매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핵심은 '저가 구매 인센티브제도로 병·의원, 약국 등이 건강보험 약값보다 싼 가격에 약을 사면 싸게 구입한 가격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병원이 보험 약값이 100원인 약을 90원에 구입하면 차액 10원의 일정 부분을 병원에 인센티브로 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병원은 약을 싸게 살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병원과 제약사 관계가 너무 수직적이기 때문에 저가 구매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 제약사끼리 출혈 경쟁이 심해져 제약산업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약·복제약

신약(오리지널약)은 제약사에서 독자 개발해 내놓은 새로운 약. 20년 동안 특허 보호를 받는다. 특허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약사들이 신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데 이를 복제약(제네릭)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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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요금의 ‘불편한 진실’ / ‘통신료 인하안’ 먹잘 것 없는 ‘잔칫상’ /약정 늘려 요금 경쟁 제한 ‘두 얼굴 방통위’    2009/09/26 18:03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joheed/4219945
휴대전화 요금의 ‘불편한 진실’ [2009.09.24. 제779호]

정혁준

[특집] OECD 가운데 통신비 지출 최고…


이통사들 “사용량 많아서”라지만 분당 요금 가장 높고 소량 이용자는 덤터기까지

» 휴대전화 요금의 ‘불편한 진실’
맞벌이 주부 이은정(서울 성북구)씨는 8월 휴대전화 요금으로 4만4280원을 냈다. 회사원인 남편은 6만4760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장남인 남편은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게 휴대전화를 하나 사드렸는데 그 휴대전화 요금도 대신 내고 있다. 1만4100원.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게 공짜폰을 하나 사줬다. 뉴스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 대상의 범죄를 볼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러자 아들도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졸라댔다.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굳이 휴대전화가 필요할 것 같지 않아 사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끝내 아들에게도 공짜폰을 사줬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들을 직접 챙길 수 없었다. 아들이 학원에 있거나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연락하기가 여의치 않아서였다. 8월 두 아이의 휴대전화 요금은 각각 1만6060원과 1만6340원이었다.

 

휴대전화 요금이 전화·초고속 인터넷의 5배

이 집의 8월 한 달치 휴대전화 요금은 15만5540원에 이른다. 이씨는 집에서 인터넷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쓰는데 매월 3만5640원을 내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이 다른 통신요금의 5배가량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은 4740만 명(7월 기준)이다. 인구의 96%에 이른다. 국민 모두가 휴대전화 하나씩을 갖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가계 통신비는 월 13만4178원이다. 이 가운데 휴대전화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이젠 초등학생까지 쓰는 이 휴대전화 요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쪽은 요금 자체가 너무 비싸다고 하고, 또 다른 쪽은 너무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휴대전화 요금의 진실을 따져 들어가보자.


# 대한민국은 휴대전화 중독인가?

휴대전화 요금의 진실을 따져보려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통신요금 수준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계지출 가운데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8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2.99%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내놓은 ‘OECD 요금 수준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량이 최고 수준에 달해 상대적으로 요금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휴대전화 요금이 높기 때문일까? 즉, 사람들의 휴대전화 ‘중독’ 때문에 요금이 많은지, 요금의 ‘버블’ 때문에 많이 내야 하는지를 비교해보자.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이동통신 요금 국제비교 현황’ 자료를 보면, 음성통화량이 비슷한 15개국 중 우리나라의 음성통화 요금이 가장 비쌌다. 1분당 음성통화 요금(RPM)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2004년 10위에서 2007년 2위, 지난해 1위로 급격히 뛰어 올랐다.

하지만 SK텔레콤·KT·LG텔레콤 등 통신회사는 조사의 신뢰도를 의심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사 방법에 따라 순위가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한 달 휴대전화 통화량은 1.5배에 이른다. 많은 통화량에 비해 실제 요금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9월14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통신공개념 전면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경제를 압박하는 통신료 인하 촉구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 이상학

적게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 사람 요금 보전 해주는 꼴

결국 방통위와 통신회사의 주장은 많이 쓰니 당연히 요금이 높게 나온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의 1인당 월평균 통화 시간은 316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미국(838분)·홍콩(459분)·캐나다(438분)·이스라엘(361분)·싱가포르(360분)에 이어 여섯 번째로 통화량이 많다.

휴대전화를 많이 쓰는 사람이 요금을 많이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요금 체계가 잘못됐다면? 우리나라 통신회사들은 휴대전화를 적게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 사람의 요금을 보전해주는 비정상적인 요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8월 나온 OECD의 ‘커뮤니케이션 아웃룩’을 보면, 우리나라의 소량 이용자(월평균 44분)는 OECD 평균보다 50달러 더 냈다. 소량 이용자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요금을 부담하고 있었다. 중량 이용자(114분)는 10달러 정도 요금을 더 냈다. 하지만 다량 이용자(246분)는 평균보다 40달러 낮았다.

무작정 휴대전화를 많이 쓰니 많은 요금을 내게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 요금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 과장은 “휴대전화 소량 이용자를 위해 기본요금을 내지 않는 선불요금제를 활성화해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가입비와 기본료가 우리나라 IT 기술을 키운다?

이은정씨 가족이 내는 휴대전화 기본료는 7만3749원이다. 휴대전화 통화요금의 절반가량인 47%에 이른다. 도대체 기본료는 왜 내는 것일까? 통신회사들은 가입비와 기본료를 받아 이를 재원으로 통신 인프라를 까는 데 쓴다고 말한다.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곳에 기지국도 세워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통신회사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달리 지하철이나 두메산골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게 바로 가입비와 기본료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통신사업을 유지하고 차세대 통신망에 재투자하려면 수익이 불확실한 요금제 수입보다는 1만~5만원에 이르는 고정비 수입이 보장된 기본료와 가입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회사들과 방통위는 기본료 몇천원씩 찔끔 내려주기보다 투자를 확대해 산업에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옛 정보통신부 장관들은 “통신요금을 10% 내릴 경우 이용자는 월 자장면 한 그릇 값 정도를 절감하지만, 산업적으로는 수조원의 재원이 날아가 설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은 3개 업체의 독과점 상태다. 이 때문에 투자보다 수익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통신 회사들의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설비투자는 정체 내지 감소 추세다. 올 1분기 통신회사들의 설비투자를 보면, KT와 합병을 앞두고 있던 KTF는 투자액이 152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견줘 40% 이상 감소했다. LG텔레콤의 1분기 설비투자 규모도 368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축소됐다. 다만 SK텔레콤만이 348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분기보다 25% 투자액이 증가했다.

» 휴대전화 분당 음성통화요금(RPM) 순위/SK텔레콤과 KT의 매출과 설비투자 추이

통신사들 설비투자 줄이며 배당·성과급 잔치

대신 배당과 성과급 잔치가 화려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해마다 이익의 50%를 배당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한 상태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비싼 요금을 내며 주주와 통신회사 직원들의 배당·성과급 잔치 비용을 대는 꼴이다.

한 통신업계 인사는 “통신회사들이 기본료와 가입비를 절대 내리지 않으려는 것은 주가 관리 때문이다. 일단 기본료와 가입비가 내려가면 주가가 떨어진다. 요금 인하 때문에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느냐는 비판 때문에 방통위도 쉽게 기본료와 가입비에 손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자신이 쓰는 것과 관계없이 나오는 고액의 기본료와 통신회사를 바꿀 때마다 이유 없이 내야 하는 가입비가 유쾌할 리 없다. 더욱이 자신이 낸 기본료와 가입비가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주주들의 배만 두둑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낸 기본료가 배당 잔치로 들어가는 것보다 그 돈으로 자장면을 사먹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 경우 내수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SK텔레콤이 5만5천원, 후발 주자인 KT와 LG텔레콤이 3만원씩 가입비를 받고 있는데, 현행 가입비는 폐지 또는 인하가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나려면 기본료, 데이터 요금 등 통신 서비스 항목별로 가격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MB의 대선 공약(公約), 공약(空約)되나?

사실 ‘통신요금 20%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시도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방통위(당시 정보통신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인수위는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두고 갈팡질팡했다. 2008년 1월 당시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국민의 피부에 와닿으려면 기본료·가입비·통화료 등 기존 요금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정통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정부가 나서서 몇% 내리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경쟁 촉진과 규제 완화로 통신요금을 내리도록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과다한 기본료·10초 단위 요금제 등 불합리

그러다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휴대전화 요금 인하 논쟁이 불거졌다. 지금은 국세청장으로 간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휴대전화 요금에 관심을 갖고 소비자원에 휴대전화 요금을 검토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MB 정부의 ‘중도 노선’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일부 보수 언론도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는데, 이는 방송 진출을 위해 통신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요금 인하는 통신사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휴대전화 요금 인하는 크게 세 갈래다. △가입비·기본료 폐지 및 인하 △문자메시지 요금 인하 △10초 단위 요금 부과 시간을 1초로 변경하는 것이다.

신종원 서울YMCA 실장은 “청소년들은 일정 금액만 내면 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그런 요금제를 쓸 수 없어 문자요금만 10만원이 넘는다. 문자는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다. 문자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10초 단위 요금제’는 11초를 통화해도 20초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통신회사가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거둬들인 통화료 수입인 셈이다. 2004년 감사원은 정통부 직무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10초 단위 요금제에 대해 통신업체들이 초과이익을 거두면서 낙전 수입까지 챙기는 것으로 보고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통신회사들은 무선 인터넷 등 경쟁적 관계에 있는 통신 수단이 계속 발전하는 가운데 고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가입비와 기본료를 인하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문자메시지도 원가를 정확히 분리해 계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도 통신회사 편에 서고 있다. 전성배 방통위 과장은 “직접적이고 강제적인 요금 인하보다 상품 다양화나 경쟁 활성화 등을 통한 간접적인 요금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 시장 개척보다 기존 수익 모델에 집착”

이처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은 갈리고 맞선다. 해법은 소비자 편에 서서 요금 논란을 바라보는 것이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3세대 단말기를 들고 있지만 사업자의 콘텐츠 부족으로 음성통화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통사들이 새로운 시장의 개척보다는 기존의 수익 모델에 집착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영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는 소비자가 각 사의 요금을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통신 강국이라고 하지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그만큼 강국인지 생각해봐야 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서 열린 ‘휴대전화 요금’ 토론회

 

김형오 “요금 적정성 따져봐야” /고흥길 “부인들 전화 습관 문제”

 

9월17일 오전 9시30분 국회 도서관 대강당. ‘이동통신 요금 적정한가’라는 주제로 여야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정영기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지난 2001년 이후 8년 동안 SK텔레콤의 누적 영업초과이익이 11조2천억원에 이르고, 연평균 1조2천억원 이상의 초과이익을 올렸다”며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또 “정부는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영업초과이익을 흡수해 기초과학 기술 개발 투자로 환류하도록 전략적 방안과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9월17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이동통신 요금 적정한가?-여야 합동 토론회’에서 정영기 홍익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이에 대해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기업의 영업초과이익을 정부가 흡수하면 어떤 기업이 경영 활동을 하겠냐”며 “수익이 많으니 제품 가격을 낮추라는 단순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호영 한양대 법대 교수는 “자동차나 텔레비전이 비싸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가격을 내리라고 하지는 않는다. 초과이윤이 있다고 요금 인하를 강제하기보다는 자율적 요금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형오 국회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 20여 명의 여야 의원이 참석했다. 주요 인사들은 축사를 했는데 거의 1시간이나 걸렸다. 미디어법을 놓고 극하게 대립했던 여야가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놓고는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축사에서도 의원들은 견해차를 확인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통사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돈을 굉장히 많이 버는데, 기술 개발이나 경영을 잘해서인지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물려서인지 국회가 확실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의장도 “통신요금의 적정성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흥길 위원장은 “쓸데없이 부인들이 집에서 몇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쓰는 생활 관습이 문제이니, 일률적인 인하보다는 많이 쓰는 사람은 비싸게, 적게 쓰면 오히려 깎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논란은 앞으로 국회로까지 옮겨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올해 방통위 국감은 미디어법이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휴대전화 요금이 워낙 국민적인 관심사다 보니 이쪽에서도 미디어법 못지않은 이슈가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통신료 인하안’ 먹잘 것 없는 ‘잔칫상’
낙전수입 없애고 가입비 내린다지만/중복할인 없고, 재가입비 받는 ‘조삼모사’식
한겨레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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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이동전화 요금부과 방식을 바꿔 낙전수입을 없애고 가입비를 27% 내리는 것을 뼈대로 하는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기본료는 손대지 않은데다 케이티(KT)와 엘지텔레콤(LGT)의 요금부과 방식은 변경하지 않기로 해, 실효성 있는 요금 인하 방안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방통위가 내놓은 통신업체별 요금 인하 방안을 보면, 내년 3월부터 에스케이텔레콤의 통신요금 부과 단위가 10초에서 1초로 바뀌고, 오는 11월부터 가입비가 5만5000원에서 3만9600원으로 낮아진다. 에스케이텔레콤은 “통화료 부과 단위 시간 변경과 가입비 인하만으로도 연간 3130억원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케이티도 11월부터 가입비를 3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20% 내리기로 했다.

 

또 유선전화를 3년 이상 해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3분당 260원씩 받던 장거리(30㎞ 이상) 시외통화료를 인터넷전화와 같은 3분당 39원으로 낮춰주는 ‘전국 단일요금제’를 내놓는다. 케이티는 “전국 단일요금제로 2010년에만 1327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이와 별도로 장기 가입자와 소량 이용자를 위한 요금 인하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가입 기간이 2년을 넘고 월 이용료(기본료+국내 통화료)가 2만9000원을 넘는 가입자들이 1~2년 이상 해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약정기간과 월 이용료에 따라 다달이 3000원~2만250원을 깎아주는 새 요금제를 다음달 내놓기로 했다. 이런 형태의 요금제는 케이티와 엘지텔레콤도 준비하기로 했다. 소량 이용자를 위해서는 가입비와 기본료가 없는 선불요금제의 통화료를 내리기로 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10초당 62원에서 48원, 케이티는 58원에서 49원, 엘지텔레콤은 65원에서 49원으로 각각 내린다. 업체별로 60~157개에 이르는 요금제도 20~30개로 정비된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여력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 요금 인하나 투자로 전환시키고, 이동통신 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가계 통신비 부담이 10%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해온 소비자와 시민단체 쪽은 에스케이텔레콤의 통화료 부과 단위 시간 변경과 가입비 일부 인하를 빼고는 이용자가 체감하는 요금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케이티가 가입비를 내렸지만, 지금은 해지 뒤 재가입 때 받지 않는 가입비를 받기로 해 이용자들의 가입비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장기 이용자 할인 요금제 역시 중복할인이 안 돼 기존 결합상품 이용자와 저소득층 등은 이용할 수 없다. 선불요금제도 이용자가 거의 없어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케이티의 시외통화료 통일 요금제는 유선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꿔 요금을 절약하는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가짓수만 많을 뿐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실천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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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 늘려 요금 경쟁 제한 ‘두 얼굴 방통위’
시외통화료 인하, 장기이용자 할인에 약정 요구/최소 3년 요구…이동통신 가입자 타사 이동 막아
한겨레 김재섭 기자
통신업체들이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경쟁을 위축시키고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숨겨둬, 요금인하 효과 및 경쟁활성화 정책 취지를 반감시킬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요금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최대 3년까지의 ‘약정기간’을 요구하고, 요금을 인하하는 대신 ‘할인’해주면서 중복할인은 배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28일 각 업체의 요금인하 방안을 보면, 케이티(KT)가 유선전화 시외통화료를 3분당 39원으로 통일하는 요금제에는 3년 약정 조건이 달려 있다.

 

휴대전화 장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동통신 3사의 새 이동전화 요금제에는 1년, 2년의 약정기간이 붙어있다. 약정기간이란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해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간 안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방통위는 그동안 가상이동통신망(MVNO) 제도 등을 도입해 요금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가상이동통신망이란, 남의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용이 적게 들어 요금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약정을 통해 이동통신 업체에 발목이 잡힌 가입자가 많아지면,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용자로선 그만큼 경쟁촉진을 통한 요금인하 혜택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약정기간을 다는 것은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처럼 이미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가입자가 이탈하지 못하도록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 이탈을 막고, 케이티는 유선전화 가입자가 인터넷전화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케이티와 인터넷전화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엘지텔레콤(LGT) 및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 사이의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

 

통신업체들은 또 장기 가입자 등에게 추가 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중복할인’은 배제하기로 했다. 결합상품 할인이나 장기 이용 할인을 받는 가입자들은 추가 요금할인 대상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중복할인을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요금인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장기 가입자 요금할인 프로그램은 연간 5110억원의 요금경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경쟁이 활성화하려면 이전의 약정기간도 없애거나 줄여야 할 판에 거꾸로 확대하고 ‘인하’ 대신 ‘할인’이란 편법을 썼다”며 “정책당국자들의 통신시장에 대한 안목과 요금인하 의지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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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복마전’ 상품권 시장] 발행은 내 맘대로 책임은 네 탓이오    2008/10/29 15:31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joheed/3455033

[커버스토리 | ‘복마전’ 상품권 시장]
발행은 내 맘대로 책임은 네 탓이오
관리시스템 전무, 시장 규모도 파악 안 돼 … 지급보증 안 지켜 영업장 폐쇄 땐 상품권 휴지조각

쇄된 상품권을 살피고 있는 조폐공사 직원.

상품권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상품권 발행업자가 상품권을 얼마나 찍고 유통시켰는지에 대해 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03년 한국조폐공사가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상품권 시장 규모는 백화점과 유통업체 3조1500억원, 제화사 1조9000억원, 정유사 6970억원, 기타 9127억원 등 모두 6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장당 인지세 400원만 내면 누구나 상품권 유통 가능

수조원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지만, 상품권 시장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1999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현재 상품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한 표준약관에 의해서만 규제되고 있다. 말 그대로 ‘표준약관’에 불과할 뿐 강제적인 규제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권 시스템 자체가 상품권 발행업자들의 ‘내 맘대로’ 유통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권은 누구나 찍어낼 수 있다. 장당 400원의 인지세만 관할 세무서에 납부하면 상품권을 인쇄해 시중에 마음껏 유통시킬 수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4358억원의 상품권 인지세가 걷혔다.

 

그러나 1만원 이하의 상품권에 대해서는 인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5000원권이나 1만원권 상품권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유통시키면 그만이다.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 그리고 게임장에서 유통되는 셀 수 없이 많은 각종 게임 경품 관련 상품권이 대개 5000원권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저가 상품권의 경우 얼마나 많은 양이 시중에 유통되는지 간접 추산할 근거조차 없는 셈이다.

 

상품권을 발행한 백화점이 부도가 나 영업장이 폐쇄된다면 상품권은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상품권에 대한 지급보증은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에 불과한 까닭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권들은 예외 없이 지급보증을 하지 않고 있다. 표준약관은 지급보증이 되어 있지 않을 경우 그 사실을 상품권에 명기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등의 상품권은 상당수가 이를 어기고 있다.

 

인지세가 제대로 걷히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상품권을 허가량만큼 찍어내는 게 아니라, 발행업자 스스로가 신고한 만큼만 인지세를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느 관리감독 기관도 실제 발행량을 확인하지 않으므로 발행량 축소 신고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련번호가 같은 상품권을 다량으로 찍어내 인지세를 적게 내는 발행업체들도 있다”는 소문이 상품권 시장 주변에 떠도는 것도 이런 제도적 미비점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위·변조 문제도 상품권 시장의 골칫거리다. 2003년 12월에는 H정유 주유상품권 7만2000장(26억7000만원)이, 같은 해 5월에는 L백화점의 10만원권 상품권 7만장(70억원)이 위조된 사실이 적발됐다. 그러나 각 상품권 발행업체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위·변조 현황은 베일에 싸인 상태다.

 

이처럼 ‘묻지마’ 발행을 조장하는 상품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대안의 하나가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99년 폐지된 상품권법의 부활. 상품권법은 상품권을 발행하고자 할 때 상품권 종류, 권면금액, 발행 예정금액을 기입한 신청서류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상품권 발행업자는 매 분기마다 상환되지 않은 상품권 총액의 50%를 발행보증금으로 공탁하도록 했다.

 

또 발행업자로 하여금 매 분기마다 발행한 금액, 상환된 금액 등을 시·도지사에게 제출할 것을 의무화했다. 상품권법 하에서는 상품권 발행과 유통 흐름이 모두 관계 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됐던 것. 이 법이 폐지되기 직전인 98년의 상품권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관리 부재가 ‘묻지마’ 발행 조장 … 전면 대수술 불가피

상품권 인쇄부터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백화점, 대형 유통업체, 제화사 등은 영국의 De Ra Rue, 독일의 G&D, 프랑스의 Arjo Wiggins에서 원지를 수입하여 국내 인쇄업체에서 인쇄하고 있다. 이런 수입 상품권의 비중은 전체 시장의 90%이며, 한국조폐공사가 나머지 10%의 상품권을 인쇄하고 있다. 이런 수입 상품권의 생산단가는 장당 90원 정도로 한국조폐공사의 생산단가보다 10∼20% 비싼 수준. 그럼에도 업체들은 조폐공사에 맡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최근 인쇄 계약 갱신기간이 된 한 제화사에 경쟁업체보다 싼 가격의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견적조차 받아주질 않았다”면서 “조폐공사에서 상품권을 인쇄할 경우 발행 규모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은 “정확한 세금 징수와 상품권 시장 건전화를 위해서는 상품권 발행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조폐공사에 상품권 인쇄를 일임하거나, 수입 상품권에 대해 수입·출고·반품·폐기 수량을 명시한 인쇄종료 보고서를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통되는’ 상품권에 대한 수술도 시급하다. 유가증권인 상품권을 일반 물품과 구별해 신용 거래하라는 취지의 여신전문금융어법 시행규칙 제2조가 실제 시장에서 ‘살아 있는 법규’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에스콰이어 사태’로 이 법규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상품권 발행업체들과 신용카드사들 사이에서는 이전과 달리 상품권 가맹 체결을 협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품권 가맹을 맺었다 하더라도 업체가 자의적으로 상품권을 일반 물품으로 결제하는 행위를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상품권을 일반 물품으로 구입하게 되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품’으로 둔갑한 상품권을 비자금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유혹을 고객이나 상품권 발행업자 모두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반 물품 단말기와 상품권 단말기를 함께 설치해놓고 일반 물품 단말기로 상품권 판매를 결제한다면, 카드사는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고객이 진짜 구입한 대상이 무엇인지 카드사는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죠. 나 자신이 신용카드사 직원이지만 차라리 상품권은 현금으로만 거래하도록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상품권을 일반 물품으로 둔갑시켜 신용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신용카드 구매를 전면 금지하는 게 불법과 탈세를 조장하는 상품권 시장 근절 대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신용카드사 상품권 가맹 업무 담당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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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 트랜드 '상품권'으로

[제279호] 2007-05-22

전운기자의 한국네트워크마케팅 25년<222>

 

불법 다단계판매 조직을 이용해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유사수신행위 업체들의 아이템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기본적인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판매부터 시작해 '자판기 임대업' '리조트 개발' '부동산 개발' '게임기 렌탈'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돈을 벌어들일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심지어는 황당무계한 사업 설명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 돈을 앗아가는 업체들도 있다.
최근 경찰청에 통보된 유사수신행위 혐의 업체들을 보면, '돼지를 대량 번식시켜 고수익을 창출한다' '공기로 가는 자동차를 발명했다' '정부로부터 대마초 재배 사업을 승인받았다' 등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아이템을 갖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업체들은 일정금액을 투자하면 자신들의 특화(?)된 사업 아이템으로 수익을 창출해, 00주에 걸쳐 원금대비 170%를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아 돈을 걷어들인다.
무엇보다 회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이같은 허황된 사업 안에 속아 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앞뒤 안 재고 '일확천금'만 바랄 뿐이니, 이 땅에서 유사수신행위가 언제쯤 없어질지 의문이다.
여하튼, 이같은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업체들을 좀더 세심히 살펴보면, 유사수신행위 아이템에도 하나의 트랜드가 있는 것이 보여진다.
한때는 자판기 관련 아이템이 유행하고, 또 한때는 부동산 관련 아이템이 유행하고… 어떤 업체 하나가 잘되면, 너도나도 따라하다 보니 분명 유사수신 업계에서는 하나의 유행 아이템이 생겨나게되는 것이다.
2005년에도 유사수신업계에는 새로운 아이템이 급부상했다. 지금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품권' 업체들이다.
2004년 말을 즈음하여, 하나둘씩 생겨난 상품권 업체들은 선두 업체가 월매출 300∼400억원까지 성장하자, 벤치마킹을 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이같은 업체들은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2005말부터 2006년 중반까지 20여개 업체가 성행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게다가 2004, 2005년 위베스트, 제이유 등 포인트마케팅 업체들이 연달아 몰락하면서, 이곳의 사업자들이 상품권업체로 유입돼 상품권 유사수신 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해 나갔다.
상품권 유사수신 업체들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자, 본지를 중심으로 관련 언론에서는 피해를 예고하는 관련 기사가 연달아 보도됐다. 하지만 감독 당국과 사법기관은 문제가 불거진 2006년에서야 제재를 시작해, 결국 수만명의 판매원들이 지난해 수당도 받지 못한채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음은 2005년 8월 처음으로 본지에서 상품권 유사수신행위를 문제점을 지적했던 기사이다.
『상품권 발행 및 판매에 관한 미흡한 규정으로 인해 일부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어, 법률적 장치 마련을 통한 피해 예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일부 유사수신행위 업체들은 사업자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자사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을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있는 실정.
1961년 12월 제정됐던 상품권법이 1999년 2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도모한다'는 명목하에 폐지된 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규칙에서 상품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명확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중략>
상품권 전문 발행 및 컨설팅 업체인 (주)캐시메이커의 신화섭 컨설팅팀장은 "현재 상품권 발행 및 유통은 사업자 등록시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취급이 가능하다"며 "일반 발행업자들은 인지세와 제작비의 부담으로 인해 무분별한 발행은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발행업자가 도산하거나, 누군가가 한몫 챙기기 위해 대량으로 발행을 한다면 상품권은 결국 휴지조각으로 변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방문판매업체 M사는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이 상품권은 '돈놓고 돈먹기'를 위한 하나의 '영수증'으로 쓰이고 있다.
이 회사는 상품권을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증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권을 소지한 자에게는 차후에 몇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반환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방식의 사업을 하고 있다.
1구좌에 100만원을 납부하면 처음 2개월은 이자 명목으로 20%(20만원)씩 2개월을 지급하고 이어서 3개월째부터는 3개월에 걸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또 다단계판매업체인 L사는 상품권 을 발행, 자사의 제품을 얼마든지 구매 가능토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재 특수판매공제조합으로부터 거래 중지가 된 상태이며, 거래 재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상품권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젠프리도 방판법인인 엔씨플래티늄을 통해 자체 상품권을 발행, 판매원들로부터 500억원의 금액을 걷어들인 바 있다.
회사의 부실로 상품권의 반품이 불가능해지고 얼마전 회사 관계자들이 경찰에 구속되자, 이 상품권은 결국 '종이조각'으로 변해버려 피해자만 양산된 셈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보호과는 "상품권은 다단계판매에서 가능한 재화와 용역의 거래가 아닌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불법 자금모집)로 변질될 확률이 높아 다단계판매 상품으로는 적절치 못하다"며 "이런 업체들은 규제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는 주무부서 관계자의 의견일 뿐, 방문판매법에서도 아무런 법적 제재 장치를 없는 상황이어서 공정위의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상품권 발행·유통에 관한 제도적 미비와 방판법의 미흡으로 다단계판매업체들의 상품권 취급은 향후 업계의 큰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보도 후, 금융감독원은 이듬해인 2006년 7월에 상품권 관련 유사수신행위 업체에 대해 소비자 피해를 촉구하며, 사법기관에 수사를 촉구했다.
이후 지난 4월 방문판매법 관련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오는 7월부터는 다단계판매를 이용한 상품권 등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유사수신 업체의 '뉴 트랜드'였던 상품권 유통에 대해 사법기관과 주무부서가 1, 2년이 지나 공식적인 제재를 가한 것은, 그동안 막을 수 있었던 피해자들을 방치한 것이 아니냐며 업계 관계자들은 씁쓸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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