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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오 JP모건 말레이시아 리서치헤드 보고서 이슬람 금융자산 최대 6000억달러… 年 15%씩 급증 이슬람내 높은 위상·신흥 경제강국 등 이점 앞세워 말레이시아 세계 수쿠크의 67% 발행하는등 핵심역할
이슬람의 중심인 중동에서 수천㎞ 떨어진 이슬람권의 변방국가 말레이시아가 6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이슬람금융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달러를 비축한 중동 국가들이 같은 이슬람 국가 중 금융이 가장 발달한 말레이시아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Knights·아라비아의 기사·騎士)’란 보고서를 통해 말레이시아가 두바이·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 경쟁국가를 제치고 이슬람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을 심층 분석했다.
■ 급성장하는 말레이시아의 이슬람금융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나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오일머니(petro dollar)의 위력이 커지면서 이슬람 금융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P모건은 현재 이슬람 금융자산을 5000억~6000억 달러(세계 금융자산의 1%)로 추정하고, 국제 유가 급등에 힘입어 이슬람 금융자산이 향후 5년 동안 연 15%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일머니뿐 아니라 9·11테러 이후 서구와 이슬람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슬람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내부 움직임도 이슬람금융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뉴욕·런던 등에 집중했던 자금투자를 동질적인 이슬람권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급성장하는 이슬람금융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금융기법이 가장 발달한 선도국가로, 이슬람 금융산업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수쿠크(이슬람채권) 발행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4배 규모다. 2002년에는 세계 최초로 6억 달러 규모의 이슬람국채를 발행했고, 2001년에는 말레이시아의 쿰풀란 구드리(Kumpulan Guthrie)사가 세계 최초로 1억5000만 달러의 글로벌 이슬람 회사채(sukuk Ijarah)를 발행했다. 전 세계 이슬람 금융자산에서 말레이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추정된다.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금융자산은 지난 6월 말 현재 1430억 링깃(약 38조원·1링깃은 약 270원)으로 국내 금융자산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자산의 비중은 2000년 말 6.9%였으나, 해마다 17%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슬람 금융자산 비중을 201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말레이시아가 매력적인 이유
오일머니의 투자처로서 말레이시아의 장점은 다음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이슬람권에서의 높은 위상이다. 말레이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카타르·오만·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이 망라된 이슬람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의 회원국이다. 또 말레이시아는 OIC의 3대 주요 기구 중 하나로, 각국 국왕과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이슬람정상회의(Islamic Summit Conference)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등 OIC 내에서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둘째, 신흥경제강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인 이점이다. 말레이시아의 북쪽에는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인도·베트남 등이 밀집해 있고, 남쪽으로는 이슬람 인구가 2억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를 배후시장으로 하고 있다. 가장 역동적인 경제권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 기회가 많은 것이다.
셋째, 국가신용등급이 페르시아만협력회의(GCC·Gulf Corporation Council) 회원국들과 대등한 수준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 중 최고 수준인 A-의 국가신용등급을 피치에서 받는 등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하고 있다. 또 지난 50년간 동일한 집권세력이 유지되고 있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을 뿐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도 보장돼 있다.
넷째, 2700여만 명의 인구 중 60%가 이슬람교도여서, 문화적으로 중동과 쉽게 융합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이슬람교도들이 예배를 볼 수 있는 이슬람 사원이 많고,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할랄(halal) 음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중동계 방문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다섯째, 말레이시아는 대출에 대한 이자지급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 까다로운 이슬람금융시스템을 조기에 받아들이고, 중동계 금융회사의 영업을 인가해주는 등 친이슬람적인 금융정책을 펴왔다. 말레이시아는 1980년대부터 이슬람금융에 진출, 중앙은행(Bank Negara)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자국 투자은행들의 이슬람금융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은행 11개 중 2개는 말레이시아 은행이다.
■ 이슬람금융 허브 위한 정부의 노력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1년 발표한 금융분야 마스터플랜에서 ‘이슬람금융 허브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당시 정부가 내건 과제는 10년 이내에 은행·보험시장에서 이슬람금융의 점유율을 20%로 높이고, 자본이 풍부한 외국 이슬람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충분한 교육을 받은 우수 인력과 유능한 경영진을 확보한다는 것 등이었다.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슬람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이슬람 율법에 맞게 법·규정을 바꿨으며, 인력·연구개발 등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세제 혜택과 관련, 이슬람금융상품에 대한 인지세를 면제하고, 금융상품 발행비용에 대해서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세금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또 외국계 이슬람은행의 외화표시거래와 이슬람 자산운용사가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서는 2016년까지 비과세하기로 하고, 이슬람자산운용사는 외국인이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력개발을 위해서는 이슬람금융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2006년 이슬람금융국제교육센터(INCEIF)를 설립했다. 현재 700명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정부와는 별도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오는 12월부터 국내·외 대학 졸업생 중 우수인력 1000명을 유치해 이슬람금융을 집중 교육하는 1년짜리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아
현재 중동 등 이슬람권 금융회사 중 글로벌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곳은 없다. 따라서 중동보다 앞서있는 말레이시아 금융회사들이 이슬람금융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경쟁력 있는 이슬람금융 허브가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이슬람 금융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데다, 말레이시아의 자국 이슬람은행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이슬람금융 허브 가능성을 쉽사리 낙관하긴 어렵다.
가장 큰 장애는 이슬람금융에 대한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슬람은행들은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이슬람 율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자체 샤리아 이사회에서 검토한다. 각 국가들도 금융당국 밑에 샤리아 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 율법의 해석이 다르고, 국제적으로 일관성도 부족하기 때문에 국경을 넘는 이슬람금융상품 거래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아무래도 선진국에 비해 금융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말레이시아에 충분히 교육받고 경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런던·싱가포르·두바이 등 금융허브 국가들은 이미 이슬람금융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이슬람 전문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부 외국계 은행은 이슬람채권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예컨대 HSBC는 2006년 사우디의 얀부(Yanbu)국영석유화학회사의 의뢰로 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선일보 ※ 공동기획 : JPMorg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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