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 계곡 중턱에 있는 ‘빌라 피티아나’(Villa Pitiana).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도 뛰어난 올리브와 올리브오일로 유명한 땅이다. 르네상스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에서 이곳 올리브밭을 사들이려고 눈독 들였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빌라 피티아나에서는 올리브 수확이 12월 말 끝마쳤다. 대략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인 올리브는 수확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는 노르스름한 초록색, 즉 올리브색을 띄다가 자주색을 거쳐 12월 말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수확한 올리브는 빌라 피티아나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인 ‘산타 테아 방앗간’으로 옮겨졌다. 인간과 말의 힘을 사용하던 구식 압착기는 기름과 전기를 사용하는 현대적인 기계설비로 바뀌었다. 그러나 원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올리브 열매에서 씨를 제거하고 과육을 자르고 다져 쥐어짜면 기름이 흘러나온다. 기름을 짜내는 온도는 섭씨 27도 이하로 유지한다. 산타 테아를 소유한 고넬리(Gonnelli) 가문의 딸이자 공장책임자인 프란체스카(Francesca)는 “27도 이상이면 생산량은 늘지만 맛과 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짜낸 기름을 ‘버진(virgin) 올리브오일’이라고 부른다. 올리브오일은 크게 버진 등급과 그렇지 않은 등급으로 나뉜다.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OC)는 버진 올리브오일을 ‘올리브 열매에서 기계적 혹은 다른 물리적 방법만을 이용해 추출한 기름, 세척·원심분리·여과방법 이외 다른 어떤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은 기름’으로 정의한다. 시중에서 흔히 보는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오일’은 산도가 1% 미만인 최고급 올리브오일을 의미한다.
엑스트라 버진 외에 업체에 따라 ‘퓨어’(pure) 또는 ‘엑스트라 라이트’(extra light)라는 라벨이 붙은 올리브오일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엑스트라 버진’ 외에 ‘엑스트라 라이트’ 올리브오일을 판매하는 유니레버 ‘베르톨리’에서는 엑스트라 라이트를 “버진 올리브오일을 짜내고 남은 올리브에 용매를 이용해 기름을 추출한 뒤, 해로운 지방산을 없애기 위해 가열처리 한 뒤 엑스트라 버진을 일정 비율 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새 올리브가 기름으로 변해 기계 끝에서 흘러내렸다. 기름은 물과 과육 찌꺼기가 섞여 뿌연 초록빛이었다. 올리브 열매는 기름 25%, 물 60%, 소량의 당원질(glucoside), 섬유질로 구성된다. 기름은 빌라 피티아나로 다시 옮겨진다. 그리고 지하실에 있는 어른 키만한 항아리에 저장된다. 일주일쯤 지나면 물과 불순물은 가라앉고 기름은 뜬다. 그러면 또다른 항아리로 기름만 붓는다. 이렇게 두세 번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기름이 정제된다.
올리브오일 시음은 와인과 비슷하다. 와인잔처럼 둥그스름하게 배가 나오고 입술이 오므라진 잔에 올리브오일을 따른다. 잔을 흰 테이블보나 종이 위로 기울여 색을 본다. 올리브오일 색깔은 짙은 올리브색에서 황금색까지 다양하다. 푸른 올리브를 짜면 초록색, 검은 올리브에서는 노란색 기름이 추출된다. 색이 품질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향을 맡을 차례다. 잔을 가볍게 돌려 올리브오일이 회오리치게 한다. 공기가 기름과 섞여 더 많은 향이 올라온다. 잔을 기울이고 코를 집어넣어 냄새를 맡는다. 신선하면서도 풋풋한 냄새, 고소한 냄새가 섞여있다.
마지막으로 올리브오일을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입술만 살짝 벌린다. 이 사이로 공기를 끌어들여 기름과 섞이게 한다. 기름을 입안 전체에 굴린다. 초록색이 진할수록 떫고 아리고 톡 쏘는 맛이 강하다. 이런 올리브오일은 “맛이 프루티(fruity)하다”고 표현한다. 노란색에 가까울수록 부드럽다.
시음을 마친 올리브오일은 뱉는다. 삼켜도 된다. 그러나 혀가 기름으로 코팅되면 다른 기름을 제대로 맛보기 어렵다. 그래서 얇게 저민 사과를 씹어 기름기를 제거하고 다음 올리브오일을 맛본다.
올리브오일은 수확시기, 올리브 종류, 생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빌라 피티아나 사장 알레산드로 베칼리(Alessandro Becagli)씨는 “갈수록 프루티한 올리브오일을 찾는다”고 했다. “또 과거에는 올리브 품종이나 생산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요즘은 국가는 물론, 어떤 지역 어떤 밭에서 재배했느냐까지 세세하게 구분해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올리브오일은 공기와 접촉해 산화하면 맛과 향을 잃는다. 올리브오일 권위자인 주제페 그라폴리니(Giuseppe Grappolini)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짜낸 뒤 9개월이 지나면 신선함을 잃기 시작합니다. 개봉하지 않아도 1년이 지나면 건초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산화된다는 증거죠. 1년 6개월이 지나면 신선함이 사라지고, 2년이 되면 완전히 산화돼 상한(rancid)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올리브오일은 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좋다. 굳이 오래 두려면 페트병보다 공기투과율이 낮은 유리병이 낫다. 단 유리병은 무겁고 깨지기 쉽다. 빛과 열에도 민감하므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두면 뿌옇게 굳기도 하는데, 품질에는 상관 없다. 실온에 두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올리브오일은 성인병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0%. 몸에 좋은 단일불포화지방산은 77%나 된다.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름보다 소화율이 높아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올리브오일이 ‘한국인의 수퍼푸드’로 선정된 이유들이다.
올리브오일은 특유의 들내 혹은 풋내 때문에 한국음식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서양에서는 엑스트라 버진은 열을 많이 가하지 않는 요리에 쓰면서 풍미를 즐기고, 엑스트라 라이트나 퓨어는 대개 볶음요리에 쓴다”면서 “이런 원리를 고려하면 올리브오일을 한국요리에 적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간장에 엑스트라 버진을 섞어 가래떡을 찍어먹거나, 겉저리김치에 살짝 넣으면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어요. 엑스트라 라이트나 퓨어에 고기를 재웠다 구우면 아주 부드러워요. 생선전에 쓸 생선살도 재워두면 좋구요. 녹두를 갈아 올리브오일과 섞어서 빈대떡을 부쳐도 맛있다고 해요.” 올리브오일은 발열점(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이 섭씨 180도로 낮은 편. 튀김에는 적합하지 않다.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海藻類)를 영어권에서는 ‘seaweed’라고 흔히 부른다. 직역하면 ‘바다의 잡초’다. 해조류를 먹지 않던 서양사람들에게 바닷가 바위에 들러붙은 김이나 미역이 한낱 잡초로 보였던걸까. 하지만 요즘은 서양에서도 해조류를 ‘sea vegetable’ 즉 ‘바다의 채소’로 부르며 먹기 시작했다. 해조류가 쓸모 없는 잡초에서 채소로 신분이 격상된 것은 해조류의 영양학적 가치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면서. 해조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단백질과 당질, 비타민, 미네랄이 많다.
반면 현대인들이 독약처럼 꺼리는 지방은 1% 정도로 매우 적다. 피를 맑게 해주고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한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예방에 좋다. 해조류의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고, 요오드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갑상선 장애를 방지한다. 동맥경화,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막는다. 장암을 비롯한 각종 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 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김이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지만 다른 민족에게는 아주 희귀한 식품”이라며 “김을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 나라와 일본 뿐”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에게 김을 반찬으로 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전범 재판이 열렸을 때 미군 측에서 포로 학대 증거로 ‘검은 종이(김)를 먹였다’며 들고나섰답니다. 또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으로 김현희가 조사 받을 때 중국인 행세를 했는데, 식사 때 김을 주니까 모르는 척하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김은 겨울이 제철이다. 채취기는 12월부터 3월까지. 신세계 이마트 수산매입팀 최진일 대리는 “1월에서 2월 사이 채취한 김이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처음 채취한 김을 ‘초사리김’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맛과 향이 적어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채취한 김부터 제 맛이 납니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김은 돌김, 재래김, 파래김, 파래돌김, 파래재래김, 파래자반 6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여기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구운 ‘조미김’이 추가된다.
돌김은 한국에서 옛부터 먹어온 종류로, 전남 신안에서 많이 난다. 구멍이 많고 표면이 거칠다. 재래김은 충남 서천과 전북 부안이 주산지로, 표면이 부드럽고 반질반질하다. 요즘 가장 선호되는 종류다. 파래는 맛과 향이 좋아서 요즘 김에 많이 섞는다. 파래김은 김과 파래가 절반인 김이다. 파래돌김, 파래재래김은 돌김과 재래김에 파래를 일정 비율 섞은 것. 파래를 부각처럼 말리면 파래자반이 된다.
좋은 김은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면서 만져보면 탱탱한 탄력이 느껴진다. 최진일 대리는 “1월에서 4월 사이에 김을 먹을 때는 기름 바르지 말고 구워서 양념 간장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권했다. 또 “생김은 신문지로 싸서 밀봉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조미김은 개봉하면 바로 먹고 남으면 밀폐용기에 넣어 상온에 보관하라”고 덧붙였다. 한복려 원장은 “김을 집에서 구울 때는 기름 바른 쪽이 맞닿게 두 장을 겹쳐 구워야 한 장씩 굽는 것보다 영양 손실이 적고 오그라들지 않는다”고 했다.
■ 미역
한민족은 미역국으로 꽤 유명했나 보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에는 “고려의 곤포(미역)로는 쌀뜨물에 담가 짠맛을 빼고 국을 끓인다. 조밥이나 멥쌀밥과 함께 먹으면 매우 좋다. 기를 내리며, 함께 먹으면 안 좋은 음식도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복려 원장은 “본초강목에서는 미역을 곤포(昆布)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마를 곤포라고 한다”고 말했다.
미역은 재래미역과 실미역으로 나뉜다. 재래미역은 암갈색으로 길이가 1~1.5m 정도다. 부산 기장, 경북 포항, 울산 등이 대표적 산지다. 줄기가 딱딱하고 두꺼워서 오랫동안 푹 끓여 진한 국물을 내기 좋다. 실미역은 가늘고 부드러워 요즘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대형 마트에서 ‘비단 미역’으로 팔린다. 냉국이나 가볍게 끓이는 미역국용으로 적합하다. 전남 완도에서 주로 생산된다.
5월에서 7월에 채취하는 미역은 대개 건조된 상태로 구입하게 된다. 물에 불렸을 때 생미역 상태로 완전하게 되돌아올수록 좋은 미역이다. 최진일 대리는 “노란 점이 있는 미역은 상관없지만, 전체적으로 노란 빛깔이 도는 미역은 오래된 재고품이라는 신호니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역 사이에서 새우나 대벌레 등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미역이 청정해역에서 난 것이라는 증거이므로 오히려 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냉장고 등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한복려 원장은 “불린 미역을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는데, 반드시 재래식 간장인 청장으로 간을 맞춰야 제 맛이 난다”고 귀띔했다. 미역국에 파를 넣으면 미역의 영양 흡수를 방해한다. 맑은 국을 끓일 때는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푹 끓인 장국에 미역을 넣어 끓이고, 적은 양을 끓일 때는 등심이나 우둔을 썰어서 볶다가 끓인다. 해안가에서는 고기 대신 홍합·조개 등 어패류, 또는 서더리·광어와 같은 먹다 남은 생선을 넣어 미역국을 끓이는데 별미다.
■ 다시마
다시마는 쌈을 싸 먹거나 말려서 튀각을 만들기도 하지만, 국물을 내는데 가장 많이 쓰인다.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난다. 멸치, 표고버섯과 궁합이 좋다. 생장선이 있는 뿌리 근처가 두꺼워서 국물 내기에 특히 좋다.
좋은 다시마는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이다. 하얗게 핀 분은 소금이 마르면서 생긴 것이니 품질과 상관없다. 그러나 노란 빛깔이 난다면 하품(下品)이므로 피한다. 미역과 마찬가지로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한다. 작게 잘라두었다가 한 조각씩 사용하면 보관도, 사용도 편하다.
다시마는 과거 강원도 동해 앞바다가 주산지였으나, 요즘은 거의 나지 않는다. 수온 상승과 바다 오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남 완도가 주요 산지다. 6~8월 채취한다. 요즘엔 쌈용으로 손질된 것이 많이 나와있다. 초장이나 멸치젓과 곁들여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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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나온 해조류
● 김: 맛이 달면서 짜고 성질은 차다. 토하고 설사하며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하며 치질을 다스리고 기생충을 없앤다.(동의보감, 본초강목)
● 미역: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어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영류와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동의보감, 본초강목) 각혈에 미역을 달여 먹도록 했으며, 미역을 말려서 약간 볶아 가루를 내 매일 한 숟갈씩 먹으면 목병에 걸리지 않는다.(식료험방)
● 다시마: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12가지 수종(水腫)을 치료하는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한다. 또한 누창(피부병의 일종)과 영류(현대의 갑상선 질환의 일종)와 기가 뭉친 것도 치료한다.(동의보감, 본초강목)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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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와인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그냥 와인만으로 충분한거죠 ^^
‘와인이 몸에 좋다’는 얘기, 너무 들어서 이제 진부할 정도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좋은걸까.
와인-프렌치 패러독스의 비결
와인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란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인의 모순’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버터·치즈·고기를 많이 먹는데도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다른나라 사람들보다 낮은데, 이 모순의 원인이 와인이란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대학에서는 와인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심장관상동맥경화증을 줄여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동맥경화를 방지하는 고밀도 지방단백질(HDL)은 증가하고,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LDL은 오히려 감소한다. 물론 하루 2~3잔 정도의 적절량을 섭취할 경우를 전제로 한 이야기다.
와인-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본다
한의학에서 와인의 재료인 포도를 ‘기혈이 허약한 사람에게 유효하며, 폐가 약해서 해수 및 천식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효력을 나타낸다’고 본다. ‘가슴이 뛰고 잘 놀라면서 식은땀이 흐를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포도는 태양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돼 있으나, 성질이 무난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포도를 많이 먹으면 열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으며, 더구나 와인은 술이므로 특히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뜨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뭐야?
최근 와인업계에서 회자되는 단어는 ‘유기농 와인’(organic wine)과 ‘바이오다이나믹 와인’(biodynamic wine)이다. 유기농 와인이란 일반적으로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유기농 와인의 기준이다. 미국에서는 ‘병에 담을 때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은 와인’을 유기농 와인으로 본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유기농보다 더욱 적극적인 복고(復古)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유기농 비료나 살충제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비료로는 퇴비를 극소량만을 사용한다. 해충을 잡을 때는 무당벌레와 같은 천적을 이용한다. 산업화 이전 농민들의 수확방식을 고스란히 따르는 것이다.
사실 와인 생산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은 대부분 서늘하고 건조해서 병충해가 별로 없다.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인체에 해로운 농약 성분은 대부분 분해된다. 유기농·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의 등장은 건강보다는 맛 때문이다.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면 포도 생산은 늘어난다. 그러나 각각의 고유한 개성은 줄어든다. 이른바 테루아(terroir)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고급 와인업체들은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나믹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농약과 살충제 사용을 억제하며 와인을 생산해왔다. 일부 와인 전문가들이 유기농,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을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용어”라며 탐탁치 않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냄새만 맡아도 취한다고? 음식으로 즐겨라
서양에서는 대부분의 음식에 와인이 들어간다. 고기나 생선을 볶을 때 마지막 단계에서 와인을 넣어 잡내를 날린다. 물 대신 와인을 사용하는 음식도 있다. 프랑스 코코뱅(coq au vin)이 대표적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낸 닭고기와 양파 등을 냄비에 볶다가 재료가 푹 담길 정도로 와인을 붓고 끓인다. 돼지 안심을 버터에 볶아 겉을 굳힌 뒤, 화이트와인을 부어 끓이면 냄새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알코올은 조리과정에서 증발하므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안전하게 와인을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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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와인상식
와인 따르는 법=일반 와인은 잔 한가운데로 높이 들고 따른다. 공기가 와인과 섞여 더 많은 향을 발산하도록 돕는다. 스파클링와인은 잔 옆면으로 흘러내리도록 따라야 소중한 기포를 잃지 않는다. 잔의 3분의 2가 넘지 않도록 따라야 향을 맡기 좋다.
와인잔 닦는 법=세제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잔에 세제 성분이 남아 와인 맛과 향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스파클링와인은 세제 성분이 남은 잔에 따르면 기포가 잘 올라오지 않는다.
와인 빨리 차게 하려면=와인병을 버킷에 넣는다. 와인병이 가능한 많이 잠기도록 얼음과 물을 붓는다. 그리고 소금을 한 움큼 넣는다.
와인 마시기 적당한 온도=레드와인은 식사 20분 전 냉장고에 넣는다. 화이트와인은 식사 20분 전 냉장고에서 꺼낸다. |
(5) 솔
솔 즉 소나무를 먹는다? 가을에 추수한 쌀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채 여물기 전인 이맘 때쯤, 조선시대 일반 백성들에게 소나무는 바라보며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배고픔을 면하게 해줄 음식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소나무 여러 부위를 이용한 음식 레서피가 담긴 책을 정부에서 발간하기도 했다. 명종 9년(1554년) 간행된‘구황촬요’(救荒撮要)이다. 명종 초 영ㆍ호남지역에서 계속 기근이 들자 영양실조로 중태에 빠진 사람들의 구급법에서부터 대용식물 조리법 등을 뽑아 알기 쉽게 한글로 엮은 책이다.
이처럼 구황식품으로 역할을 다해온 소나무는 칼로리는 거의 없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솔을‘한국인의 신 수퍼푸드’로 선정한 이유다.
한방에서 솔잎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배고프지 않게 하며, 장수하게 한다고 본다. 송진은 성질이 따뜻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열을 없앤다고 한다. 죽은 살,악창, 머리가 허는 증상,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 가려움증을 치료한다. 충치 통증을 치료하고 살충효과도 있다. 송화가루 즉 소나무 꽃가루는 다른 부위보다 효과가 좋아서, 몸을 가볍게 하고 병을 치료한다고 본다.(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솔을 이용한 음식은 의외로 다양하다. 구황찰요나 식경대전 등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솔잎으로는 술, 김치,송편, 차를 담가 먹었다. 솔잎을 잘게 다진 솔가루는 다식, 떡, 매작과, 강정의 재료가 된다. 소나무 껍질은 쌀과 섞어 ‘송기떡’이나‘송기인절미’를, 송화가루로는 다식ㆍ화채를 만 들어 먹었다.
송엽초를 만드는 구관모씨는“봄에 나는 솔잎 새순을 흑설탕에 1년 절여 숙성시킨 것을 물에 타 마시면 몸에 좋다”고 말했다. 신현대 교수는“솔잎은 겨울에 채취한 것이 가장 좋으며, 시커먼 분진과 불순물이 많으므로 깨끗이 씻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6) 버섯
버섯은 ‘숲의 고기’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버섯은 단백질 함유량이 2%로 높은 편. 인구 2300여만명 중 채식주의자가 20%를 넘는 대만(臺灣)은 유난히 채식요리가 발달했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호경전에서 대만 채식요리를 선보이는 요리사 츄핑싱(邱平興·59)씨는 “버섯은 채식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채소만 먹다보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버섯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또 채식으로 바꾼지 얼마 안된 사람들은 고기가 그리울 때가 많아요. 버섯을 간장에 조리면 고기 맛과 질감을 낼 수 있어요. 대리만족을 주는거죠. 버섯 자체가 맛있기도 합니다만.”
버섯, 왜 좋나
단백질 뿐 아니다. 비타민 B와 D의 모체인 에르고스테린이 풍부하다. 버섯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구아닐산 성분은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고혈압, 심장병 환자에게 좋다. 식이섬유도 많다. 항암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버섯이 함유한 ‘베타글루칸’이라는 다당류가 암 발생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일본 가나자와대학 이케가와 교수 연구팀이 쥐에게 나도팽나무버섯을 섞은 먹이를 준 뒤 발암제를 주사했다. 76주 후, 일반 먹이를 먹인 쥐 36마리 중 21마리에서 암이 발생했다. 나도팽나무버섯을 먹은 쥐 36마리 중에서는 3마리에서만 암이 발견됐다.
식용버섯, 어떤 게 있나
버섯은 전세계적으로 2만여 종이 존재하며, 한국에는 2000여종이 자생한다고 알려졌다. 표고·양송이·목이·송이·팽이·느타리 등 식용버섯도 수백 종이 넘는다.
송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버섯일 것이다. 남성의 생식기를 닮은 모양에 소나무 향이 신선한 가을 별미다. 얇게 저며 숯불에 슬쩍 구워야 향을 최고로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양양, 경북 안동·영주, 충북 단양 등이 주산지. 가격이 워낙 비싸서 ‘송이 자라는 지점은 아버지가 아들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송로버섯에 비하면 송이는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영어 이름인 ‘트러플’(truffle) 또는 프랑스어 ‘트뤼프’(truffe)로 더 잘 알려진 송로버섯은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서양 3대 별미로 꼽힌다. 감자처럼 생긴 송로버섯은 검은색보다 흰색이 더 비싸다. 그리고 크기가 클수록 더 값이 나간다. 송로버섯의 핵심은 성적 흥분효과가 있다는 페로몬 비슷한 향인데, 흰색이 그리고 클수록 향이 짙다. 작년 런던 경매시장에서 1.2㎏짜리 흰 송로버섯이 11만2000달러(약 1억1200만원)에 팔렸다.
귀한 식용버섯으로는 ‘원숭이 골 버섯’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어로는 후두고(?頭?)라고 한다. 부드럽고 짧은 털이 촘촘하게 난 동그스름한 모양이 원숭이 골처럼 보인다. 씹으면 쫄깃한 고기 같다. 중국 길림성 흑룡강 일대에서 난다. 새가 나무에 싼 똥에서 자라난다. 자연산은 1㎏ 당 1억원을 호가한다. 식당에서는 양식을 사용한다.
약용버섯, 어떤 효능 가졌나
동양에서는 버섯을 약으로도 사용해왔다. 영지(靈芝)버섯은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꼽을만큼 귀하게 대접했다. 한방에서는 영지가 강장, 이뇨, 해독, 항균, 면역, 진통, 신경쇠약, 불면증, 간염, 혈압강하 등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현대 과학으로 분석해도 칼륨, 마그네슘, 인, 칼슘, 나트륨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 증식도 억제한다고 보고 있다.
동충하초(冬蟲夏草)는 누에 등 곤충이 겨울철 땅 속에 있을 때 버섯 균사가 침입, 봄 동안 번식했다가 여름에 곤충 껍질을 뚫고 나온 막대 모양 버섯이다. 신장 기운이 허약해져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있고, 하체가 약하며, 남성 성기능 장애에 효과가 있다. 무와 함께 먹으면 성분이 중화되므로 좋지 않다.
상황버섯은 한방에서 상이(桑耳)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정신이 좋아지게 하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 향이 아주 좋고 맛있다”고 했다.
아가리쿠스(agaricus)는 항암효과가 특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고(故)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암 치료를 위해 먹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야생버섯.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암세포와 같은 이물질 세포를 공격하는 힘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버섯 영양 고스란히 지키는 요리법
버섯을 요리할 때는 가볍게 양념해야 특유의 향이 산다. 항암효과가 있는 버섯 다당류는 수용성, 즉 물에 녹는다. 따라서 버섯 불린 물이나 조림 국물도 버리지 말고 사용한다. 생표고는 20~30분만 햇볕을 쬐도 비타민D 함유량이 훨씬 늘어난다. 츄핑싱씨는 “버섯을 잘 우린 국물은 닭육수보다 더 단맛이 난다”며 “말린 버섯을 곱게 갈아 조미료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7) 마늘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우리는 마늘과 양파를 먹지 않기에 달콤한 숨을 쉰다.” 마늘. 그 냄새 때문에 한국과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동서고금을 통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마늘의 뛰어난 항암·정력 효과가 바로 이 냄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아이러니다.
매운 냄새와 탁월한 효과의 근원, 알리신
마늘 냄새는 알리신(allicin) 때문이다. 마늘의 대표적 성분은 알린(alliin)이라는 유황화합물. 알린은 아무런 향이 없다. 하지만 무엇에 찔리거나 잘려 마늘 조직이 상하는 순간, 알린은 조직 안에 있던 알리나제라는 효소와 작용해 자기방어물질인 알리신이 된다.
알리신은 강한 살균·항균 작용이 특징이다. 일본 히로마에대학 의학부 사사키 박사 연구팀은 식중독 세균 O-157 4000만 마리가 든 물에 마늘 분말을 첨가했다. 6시간 후 O-157균은 모두 죽어있었다. 알리신은 식중독균 뿐 아니라 위궤양을 유발하는 피롤리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좋다.
알리신이 비타민B와 결합하면 알리타아민으로 변한다. 비타민B1은 세포가 당질을 에너지로 바꿀 때 꼭 필요한 성분이다. 비타민B1이 부족하면 만성피로, 정력감퇴, 초조감, 집중력·기억력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비타민B1는 장(腸) 속 효소에 의해 상당량 분해된다. 그러나 알리티아민은 비타민B1 분해효소의 작용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체내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비타민B1의 효과를 높여준다. 마늘이 피로회복, 정력증강에 특효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알리신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지만, 간장에서도 만들어진다. 마늘은 간장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효소 작용을 억제, 콜레스테롤 생산을 방해한다. 또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이런 작용은 알리신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과 결합해 만들어진 아랄티오시스테인이라는 수용성 물질 덕분이다.
마늘의 항암효과
알리신은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늘에는 알리신 외에 디아릴펜타설피드 등 다양한 유황화합물질이 있다. 유황화합물질은 담배·자외선·식품첨가제 등 발암물질의 독성을 제거하는 효능을 가진 해독 효소를 활성화하며,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작용이 강력하다. 유황화합물질 중에서도 S-메실시스테인(Methylcysteine)은 간장암과 대장암을 억제한다고 해서 주목받는다. 마늘에는 또 흙에 있는 셀레늄이라는 미네랄을 흡수·저장하는 성질이 있다. 셀레늄 역시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마늘, 한방에서는 이렇게 본다
동의보감에서는 마늘을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있다. 종기를 제거하고 풍습과 나쁜 기운을 없앤다. 냉과 풍증을 제거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를 따뜻하게 한다. 토하고 설사하면서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치료한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해충을 죽인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는 “마늘을 날로 먹으면 화를 돋우고, 익혀서 먹으면 성욕을 일으킨다”고 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사상의학적으로는 마늘은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하여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며, 그래서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냉한 소음인이 복용하면 소화기능과 순환기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이 많은 소양인은 마늘을 과다 섭취하면 병이 악화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마늘과 한국의 인연
단군(檀君) 신화를 인정한다면, 한민족과 마늘의 인연은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기원 전 121년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들어왔고, 한반도에는 한사군 이후 도입됐다는 게 정설이다. 달래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크다고 해서 대산(大蒜), 오랑캐 땅에서 들어왔다 하여 호산(胡蒜)이라고도 했다. 한국인의 1년 마늘 소비량은 약 10㎏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도 많이 먹는다.
몸에 좋은 마늘 많이 먹는 법
마늘은 냄새가 강한데다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다. 그래서 마늘은 열을 가해서, 즉 익혀 먹으면 좋다. 특유의 냄새는 사라지지만,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 마늘음식 전문점 ‘매드 포 갈릭’(Mad for Garlic)에서는 껍질을 벗긴 마늘을 곱게 갈아서 찬물에 4시간 담궈둔다. 매드 포 갈릭 정대호 매니저는 “마늘을 물에 담가두면 진액과 함께 매운 맛은 빠진다”고 말했다. 마늘을 물에서 건져 올리브유 등 기름에 4시간쯤 담가두면 언제건 쉽게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찜통에 8~10분쯤 쪄도 아린 맛과 냄새가 상당히 제거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마늘을 섭씨 180도 오븐에서 30분쯤 구우면 마늘이 버터처럼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이 난다. 이렇게 구운 마늘은 버터 대신 빵에 발라먹어도 훌륭하다. 고기, 생선, 달걀, 치즈, 우유 등 단백질이 많은 음식과 함께 먹으면 알리신이 단백질과 결합해 냄새가 누그러든다. 파슬리도 마늘 냄새 제거에 효과적이다.
(8) 김치
김치가 몸에 좋다는 말, 듣다 못해 진부하다.
김치의 영양·효능
김치는 비타민 A와 C, 칼슘·인·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주 재료인 채소에서 얻는 섬유질은 장에서 음식과 소화 효소가 잘 섞이도록 돕고, 소화 흡수를 증진시켜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좋다. 칼로리가 낮은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잘 발효된 김치는 장에 좋은 젖산과 젖산균(유산균)이 풍부하다. 잘 숙성된 김치 1g에는 젖산균이 1억 마리쯤 함유돼 있다. 같은 무게의 요구르트보다 최고 4배 많다. 젖산은 장에 좋을 뿐 아니라 김치에 항균성을 준다. 김치가 사스 예방 효과가 있다며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도 젖산 덕분이랄 수 있다.
한방에서는 김치를 음(陰)과 양(陽)이 조화된 완전식품으로 본다.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신현대 교수는 “성질이 서늘한 배추와 무에 열이 많은 고춧가루·파·마늘·생강을 넣어 음양의 조화를 맞춘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백김치나 동치미는 성질이 서늘해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알맞고, 매운 양념을 많이 쓴 배추김치는 몸이 차고 속이 냉한 소음인에게 더 알맞다”고 덧붙였다.
김치의 과거
한국 김치 역사는 1300여년 전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의 저(菹)라는 채소 절임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고구려조는 “고구려인은 술 빚기, 장 담기, 젓갈 등의 발효음식을 매우 잘 한다”고 전한다. 한국 김치무리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김치가 단순한 절임식품에서 오늘날처럼 새빨갛게 변신한 획기적 계기는 17세기 초, 고추가 들어오면서다. 고추에 대한 기록은 1613년 경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처음 나타나지만, 오늘날과 같은 김치에 관한 기록은 1766년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알이 찬 통배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850년경으로, 이때부터 요즘처럼 각종 양념과 채소, 젓갈 등으로 만든 양념속을 배추 속 겹겹이 넣어 만드는 통배추김치가 주류를 이루게 됐다.
김치의 현재 그리고 미래
한때 군내 난다고 천대 받던 김치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건 2000년 전후로 추정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웰빙음식’, ‘슬로푸드’로 위상을 되찾았다. 때맞춰 한류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음식, 그리고 한국음식의 대표주자인 김치는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김치는 담백하고 단순한 맛으로 변해가는 추세. 과거 김치는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반찬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 먹을 것이라곤 김치 밖에 없었으니, 양념도 많이 하고 부재료도 많이 넣었다. 하지만 반찬이 다양해지고 특히 고기나 유지제품을 많이 먹게 되면서, 김치는 젓갈을 첨가하지 않거나 고춧가루를 덜 넣게됐다. 고추가 도입되기 이전과 비슷한 김치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김치의 또다른 트렌드는 보는 즐거움, 즉 색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젊은 소비자들, 그리고 김치에 흥미를 갖게 된 외국인들의 젓가락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한성식품에서 개발한 ‘황제김치’는 처음 보면 김치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예쁘고 색이 화려하다. 깻잎, 미역, 당근, 인삼 등 다양한 재료를 배춧잎은 물론 양배추, 돌산갓 등으로 말아서 젖산발효시킨 뒤 한 입 크기로 잘라 구절판에 담았다. 무와 양배추는 노란빛을 내는 치자, 발그스름한 백년초에 곱게 물들여 눈으로 먹는 즐거움을 추가했다. 김치의 특징인 젖산발효는 거쳤으면서도 발효 정도를 섬세하게 조절, 냄새가 별로 나지 않도록 했다.
한성식품 김순자 사장은 “아무리 김치가 몸에 좋아도 맛이나 냄새가 너무 강하면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두려움을 갖는다”면서 “하지만 한 번 김치에 맛을 들이게 되면 나중에는 땀까지 흘려가면서 새빨간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9) 식초
향긋하면서 시큼한 냄새에 코가 간지럽다. 살짝 ‘맛이 간’ 막걸리와 비슷한 냄새다. 경남 합천 ‘구관모 천연식초 연구소’. 잘게 썬 솔잎과 현미술밥을 섞느라 바쁜 아주머니 두 사람 뒤로 커다란 술항아리가 십여 개 놓여있다. 따뜻한 온돌에 올라앉아 담요까지 두른 술항아리 주변으로 작은 초파리들이 앵앵 날아다닌다. 구관모 대표는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초파리들을 쳐다본다. “초파리는 초 빚는 사람에게 즐거움입니다. 초가 잘 피었다는 신호거든요.”
>> 식초로 병 고친 사람
식초. 요즘 ‘웰빙 대표주자’로 인기 상한가다. 식초가 얼마나 좋은지를 구관모씨처럼 절실하게 느껴본 사람이 있을까. 잘 나가던 사업이 1980년대 실패했다. 이후 10년을 대구에서 택시를 운전했다.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보고 병원을 찾았다. 몸은 ‘움직이는 병원’이었다. 간염, 신장병, 위장병,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살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다가 고(故) 안현필 선생의 ‘공해시대 건강법’이란 책을 만났다. 식초가 약이란 걸 알게 됐다.
좋은 식초를 찾아 전국을 다녔다. 하지만 값싼 빙초산과 양조식초에 밀려 전통 방식대로 만든 천연 식초는 구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식초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몇 차례 실패 끝에 1990년대 초반 식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몸도 말끔히 나았다는게 구씨의 믿음. 1997년 정부 지원금과 전통식품 제조허가, 그리고 발명특허까지 땄다.
>> 식초, 왜 좋나
식초는 산성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이 근육에 쌓이는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한다.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음식 소화와 흡수도 좋아진다.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해 노화방지와 암 예방, 간장 기능 활성화에도 효과가 있다. 장 내 유해세균을 죽여 대장염을 억제하고, 치질·변비에도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초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고 옹종(종기의 일종)을 제거하고 어지러움을 치료하며, 징괴와 적(종양의 일종)을 풀어준다”고 했다. 물론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식초를 너무 많이 먹으면 살과 뼈, 장부가 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맑은 호박색을 띠는 송엽초. | |
>> 식초, 어떤 게 있나
식초는 양조식초와 합성식초(또는 화학식초)로 크게 나뉜다. 양조식초는 곡물이나 과일로 만든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양조식초는 에틸알코올에 물과 초산균을 넣고 발효시킨 뒤 향을 첨가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쌀 농사를 많이 짓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에서는 쌀식초가 많다. 요즘 인기인 흑미식초는 현미를 이용해 만든 식초를 3년 숙성시킨다. 일반 쌀식초보다 영양이 풍부하다고 알려졌다.
서양에는 과일식초가 많다. 와인식초는 와인을 초산 발효시킨 식초다. 발사믹식초(balsamic vinegar)는 와인식초를 참나무통에 넣어 숙성시킨 것이다. 단맛이 강해서 시지 않다. 농도가 진하고 짙은 암갈색을 띤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풍미가 진하고, 그만큼 값도 비싸다. 이탈리아 북동부 모데나(Modena)가 원조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보리(malt)로 만드는 몰트식초도 먹는다.
합성식초 혹은 화학식초는 물로 희석한 빙초산 또는 초산에 아미노산이나 단맛을 첨가해 만든다. 유기산이나 비타민이 없다. 구관모씨는 “석유에서 추출해낸 화학물질인 빙초산이 몸에 좋을 리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해 일반 식당에서는 여전히 많이 쓴다.
>> 한국 식초, 언제부터 먹었나
한국에서는 양조법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으므로, 식초도 그때부터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식초를 담가 먹었다. 식초를 담그는 데 사용한 항아리는 ‘초두루미’라고 부른다. 둥그스름한 몸통에 가느다란 목은 두루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두루미는 지역마다 모양이 다르다. 경상지역 초두루미는 큼직하면서 직선적 느낌이 난다. 호남지역 초두루미는 곡선이 아름답다. 충청도 초두루미는 짧은 목이 특징이다.
>> 식초, 어떻게 만드나
전통적인 식초 제조법은 이러하다. 먼저 누룩에 술밥을 섞어 술을 담근다. 술을 걸러 초두루미에 앉히면 공기 중의 초산균이 발효를 일으켜 술이 초로 변한다. 구관모씨가 만드는 식초는 ‘송엽초’(松葉醋) 즉 솔잎 식초다. 흰 쌀이 아닌 현미에 잘게 썬 솔잎을 섞어 술밥을 만들고, 여기에 누룩 엿기름, 배, 생강, 더덕을 더해 술을 담근다. 이 술에 꿀을 섞어 항아리에서 발효시키고 1년 가량 숙성시켜 판매한다.
솔잎 식초는 맑은 호박색이다. 냄새는 새콤하면서 솔 향기가 희미하게 섞여있다. 빙초산처럼 일방적으로 시지 않은, 단맛이 더해진 복잡한 맛이다. 구수한 현미 맛도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고혈압, 당뇨, 신장병 환자들에게 약으로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1되(1.8?)에 5만원 받는다. (053)588-6666, www.kookwanmo.com
>> 식초·솔 음식
■ 초란 (껍질 칼슘이 식초에 녹아 골다공증 예방)
달걀(유정란), 식초 1되(1.8ℓ)
①달걀 7개를 잘 씻어 뚜껑 있는 유리병에 담는다. ②식초를 붓고 뚜껑을 꼭 닫아 상온(섭씨 20~25도) 어두운 곳에 일주일 둔다. ③속껍질만 남은 달걀을 젓가락으로 찔러 터뜨린다. 속껍질을 제거한다. ④식초와 달걀을 잘 섞어 이틀 두면 초란이 된다. ⑤초란 한 숟갈에 꿀, 과즙, 물 등을 섞어 하루 2~3회, 식후에 마신다.
■ 초콩 (비만, 당뇨, 변비에 특효)
콩, 식초
①콩과 식초를 1대3 비율로 섞어 일주일 상온에 둔다. 꿀을 더해도 좋다. 냉장 보관한다. ②아침과 저녁 식수에 한 숟갈씩 씹어 먹는다.
■ 솔잎물김치 (출처:구황촬요)
솔잎 1두(1말=18ℓ), 물 1두, 무, 미나리, 오이, 연밥
①어린 솔잎을 잘게 썰어 오지항아리에 넣는다. ②따뜻한 물 1두를 항아리에 붓는다. 물이 식으면 무, 미나리, 오이, 연밥을 넣어 익힌다.
■ 송화밀수 (여름 더위 해소에 좋은 음료)
송화가루 1큰술, 꿀물 3컵, 잣 1작은술
①차가운 물에 꿀을 탄다. ②송화가루를 타고 잣을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