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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부터 3분 간격으로 울린 자명종이 5시 30분이 되어야 겨우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씻는 둥 마는 둥 얼굴에 물을 묻히고 식탁에 앉아 졸면서 두어 숟가락 들고 집을 나서는 고3 딸. 그런 수험생을 둔 학부모로서 봄에 꽃이 만발했는지 여름이 뜨거웠는지 가을 하늘이 높았는지 모르고 수능 한번 치르고 나니 1년이 뚝딱 하고 지나가고 있다.
2010학년도 대입수능시험 날인 11월12일 새벽 서울 이화여고 정문에서 여고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신종플루의 유행은 응원문구에도 등장한다.
어느 어머니처럼 새벽기도나 불공드리려는 안 다녀도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격려문구를 담은 스케치북을 흔들었다.
"잘할 수 있지? 아자~!!!"
딸아이는 생각지 못했던지 감격해서 울먹이며 나를 껴안는다.
"아는 문제를 실수하지 않는 침착한 자세로, 모르는 문제도 풀어내는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는 아이를 잠시 껴안고 어깨를 토닥이다 어서 들어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이는 수험장 건물을 향해 들어가고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울컥해졌다.

이화여자대학 강당에서 열리는 2010학년도 정시모집 6개 대학 공동입학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수능시험이 끝났으니 이젠 수시 논술을 준비하고 수시에서 떨어졌을 경우를 생각해서 정시에 대비해야 한다.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엔 신종플루 감염이 문제다 .
설명회장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 소독기가 설치되어 있다.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11월 12일 대입수학능력시험은 치러졌고 성적은 12월 9일에야 나오지만 수험생들은 대략 자신의 성적을 짐작하고 있다.딸아이가 시험을 치르고 얼굴이 밝아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임시채점 분석결과 이번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어 대부분 수험생의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게다가 2010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9만 명 가까이 증가하였으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합격선은 올라갈 것이다.
여대는 죽어도 못 가겠다던 딸아이 때문에 관심 두지 않았던 여자대학, 새삼 눈길이 간다.
철길이 없어지고 새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아기자기하고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고풍스럽다.
점수나 등수에 연연하지 말자고 했다.
성적이 아니라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한 번도 어떠한 형태의 학원 수업이나 과외를 시키지 않았다.
내신성적에 연연하지 않았고 학부모 모임의 어떤 자리도 마다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고 미래는 자신의 결정으로 계획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했다.
12월 9일이면 수능 점수가 나온다.
수능 점수가 나올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편치 않다.
기대보다 좋지 않을 것 같은 딸아이 성적 걱정에 흔들리고 있다.
떨고 있다.
혹시 특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15일 다시 입시설명회를 찾는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입시설명회에 참가하려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어딜 가나 줄.줄.줄.......끝없이 이어지는 줄.

15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입시 설명회는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예정되어있는데 1시간 전에 도착했어도 이미 3층까지 꽉 차있었다. 할 수 없이 통로에 쪼그려 앉았다.
강사는 힘주어 말한다.
"수능은 실력 합격은 전략"이라고.
수능은 끝났고 전략을 잘 짜면 합격의 길이 보인다고.
전략 없이 살아온 인생이다. 이제 와 무슨 전략이냐?
하지만, 자식 일인지라 어쩔 수 없이 조급해지고
생전 한 번도 짜보지 않은 전략 짠다고 딸아이와 머리 맞대고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느라 머릿속이 바쁘다.
수시.논술. 정시 가.나.다 혹은 재수
어떤 길을 택하든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하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재수를 택하더라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일단 깨질 대로 깨져라. 처참히.
그래야, 제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삶은 여러 매듭으로 이어져 있다.
대학입시는 여러 매듭 중 하나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책임지며
소화해내고 극복하기 바란다.
위기는 곧 기회다.
"새처럼 바람처럼/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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