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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 소사이어티에서 온 편지    2009/11/21 00:48 추천 7    스크랩 2
http://blog.chosun.com/laviesarang/4330539

DSC06870.JPG

 

 

바라보기만해도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것만 같은 그런 하늘을 하루종일 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을 닮은

눈부시게 밝고 파란 하늘...

 

가끔 얇게 펴진 구름들이 지나가고 새들이 날아가고

흰 선을 길게 그으며 비행기들이 지나가고

나뭇가지들과 잎사귀들이 아이들처럼 안겨있던

끝간데 없이 넓고

두려움 없이 깊고

이름이 모자라게 여러빛으로 바뀌던

아름다운 파란하늘...

 

계절의 변화가 그리 뚜렷하지 않은 곳이지만 하늘색의 다름으로

제 마음속에 상상의 계절을 만들곤 하는데

작년 이맘 때쯤 이런 하늘을 만났던 것을,

그 때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아프도록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기뻐했던걸 기억해요.

 

눈물 섞인 지극한 행복과 처연한 그리움이

온통 푸른빛으로 칠해진 하늘을 바라보면 늘 떠오르는 서정주님의 시도

손가락 연필로 하늘에 다시 써 봅니다.

 

 

DSC06870-a.jpg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처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서정주

 

 

DSC06871-a.jpg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늑해지고

몸 가득히 하늘이 스며드는 것만 같습니다.

 

행복과 슬픔

웃음과 눈물

환희와 절망

만남과 헤어짐

......

모두 그렇게 가까이 있고

모두 그렇게 뒤섞여 있어요

파란 삶의 캔버스에...

 

 

DSC06872-a.jpg

 

 

DSC06873-a.jpg

 

 

파란 하늘빛이 스며든

두팔을 벌려 안으면

낯선 타인도

오랜 친구의 모습이 되어버리고

 시계의 숫자들도

엷은색에서 짙은색으로 달라지는

파랑 크레파스가 됩니다.

 

 

눈을 뜨고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파란 하늘

..........

 

 

DSC06874-a.jpg

  

 

집 외벽에 사용할 사이딩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데 다른일을 하고 있던 먹쇠님이

잠깐 쉬자고 하길래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우편물을 찾아봤습니다.

 

보험회사, 은행에서 온 우편물과 지역신문 사이에 자동차회사에서 보낸 메일 그리고

일년 내내 세일을 하는것 같은 쇼핑몰에서 온 광고메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메일들은 마치 관공서에서 보내는 메일처럼 보이게 해서 받는 즉시

봉투를 뜯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젠 대충 짐작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봉투만 보고도

버려야할 메일로 분류를 해버립니다.

 

일반 편지 봉투와는 달리 고급스러워 보이는 봉투가 있었는데 보낸이의 주소를 보니까

'넵튠 소사이어티'(Neptune Society)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떤 내용의 메일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먹쇠님에게 어떤 메일인지 알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모르겠다면서

호기심이 생기는지 개봉해보라고 그랬습니다.

 

봉투를 뜯으면서 '해양학' 이나 플로리다 해안을 보호하자는 내용

아니면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크루즈여행, 스쿠버 다이빙...등등을

떠올렸습니다.

 

 

소리를 내어서 편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DSC06879-a.jpg

 

 

친애하는 000 씨

 

해마다 점점 더 많은 플로리다의 주민들이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전통적인 장례식보다는 화장(cremation)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화장이 실용적이고 현명한 선택인 이유들이 있지요:

 

 * 가족들이 커다란 불편함을 겪지 않고 간단하게 장례를 치룰 수 있고

*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 자연환경에 미치는 오염도 훨씬 적고

* 뒤에 남겨진 가족들이 세상을 뜬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영원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고 기억에 남는 굿바이를 할 수가 있구요.

 

 

아주 간편하고 경제적이고 그러면서도 품위를 지킬 수 있으니

이것처럼 적당한 선택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

 

요즘처럼 모두들 각자의 일과 가족들 때문에 바쁘고 여러 곳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을 때

어떤 한곳에 묘지를 택해서 묘를 만들고 장례를 치룬다는건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지요.

 

장의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비쌉니까!

그것 뿐인가요, 관도 사야지, 묫자리도 사야지, 또 묘비도 사야하구요.

유산 받은거, 저금해 놓은거 모두 잃어버릴 생각이라면 모르지만

특히 요즘처럼 경제도 침체되어 있을 때 이렇게 쓸데없는 비용에 돈을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거지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아 너무나 슬퍼하는 가족들끼리 서로 돕고 위안하면서

슬픈 상실의 시간들을 잘 견뎌내는데 신경을 쓰는게 중요하지요.

저희 넵튠 소사이어티의 가족들이 필요한 일들을 모두 맡아서 해드릴테니까

언제든지 저희에게 연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죽은이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다양한 방법, 화장에 관한 것들 그리고 저희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함께 동봉하는 엽서에 귀하의 주소와 전화번호들을 적어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진 엽서들은 한달에 한번씩 추첨을 하는데 당첨이 되신 분들께는

저희가 공짜로 화장을 해드립니다 !!

(귀하의 개인정보는 급비밀로 처리할것이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요)

 

어떤 부담도 갖지 마시고 다른 걱정을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희는 단지 귀하가 화장을 선택하실 경우에 최선의 서비스와 도움을 드릴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것이니까요.

 

존경을 표하면서,

 

Gary H

 

Neptune Society

America's Cremation Specialists

 

P.S.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죽음이 우리의 삶에 찾아들지요.

넵튠소사이어트 가족들은 귀하가 언제든 연락만 하시면

최선을 다해서 언제든지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혹시 이 편지를 받으셨을 때 귀하의 집안에 중병을 앓는 이가 있거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의 사과를 받아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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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다 읽을 때 쯤 먹쇠님과 저는 둘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ㅎㅎㅎ

정말 예측하지 못했던 내용의 편지였습니다.ㅎㅎㅎ

 

플로리다는 어디에서든지 강과 바다에 쉽게 갈 수 있으니까

화장을 해서 재를 물 위에 뿌려버리면 간편하고 돈도 절약된다는 것을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다니요 !ㅎㅎㅎ

 

추첨에 당첨되면 공짜로 화장을 해준다니 이렇게 멋진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느냐면서

먹쇠님이 엽서에 주소랑 다른 정보를 다 적어서 빨리 보내자면서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ㅎㅎ

 

엽서의 뒷쪽엔 아주 오래된 나무 사진이 있고

엘레노어 루즈벨트 여사의 유명한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hy they call it the present."

 

Eleanore Roosevelt (1884-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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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카를 타고 천천히 집터를 돌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밝은 햇살이 사방에 가득 차 있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아름다운 날...

 

두손으로 머그잔을 쥐고 커피를 마시던 제게 먹쇠님이 말을 했습니다.

자기는 땅에 묻히는 것 보다 화장을 택하겠답니다.

어느 바다, 강에 재를 뿌렸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돈과 가까이 있을 수 있게

은행 비밀함에 넣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사래가 걸리도록 웃고 말았지요.ㅎㅎㅎ

 

여전히 웃으면서 하는 말이,

오래 전부터, 자기가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사용을 하려고

'셀프서비스 화장기'를 머릿 속에서

디자인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을 시키지 못했다는 거에요, 나원 참 !ㅎㅎㅎ

 

'가족 대 할인' 이라고 아주 크게 쓴 현수막을 걸어 놓은 장의사,

집터 곳곳에 죽은 멍멍이들 무덤과 비석이 있던 어떤 부잣집,

묘지 한가운데 있던 작은 시골 교회,

공동묘지 바로 옆에 지어진 아주 멋진 현대식 가정집을 팔려고 하면서

'할로윈' 때 너무나 인기있다고 말하던 부동산 소개업자,

병원 옆 공동묘지,

혼수상태에 있다가 모두 희망이 없다고 호흡기를 떼자고 결정하려면

잠깐 깨어나서 '사랑해'라고 말하고는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던 어떤 노인과

쌓이는 병원비와 노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가족들...등등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DSC06869-a.jpg

 

 

물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때에 우리 모두의  '죽음'이 찾아오겠지만

'지금'은 사는 일에 가슴을 활짝 열고 싶은 기분입니다.

 

함께인 날들을 잘 살 수 있도록,

언젠가 죽음이 찾아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 지독한 상실과 슬픔 속에 함께 담을 수 있는 행복과 사랑의 기억들을

만들기 위해서, 진정으로 '함께' 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생각하느라 사는걸 잊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먹쇠님 당부중의 하나는 만약에 자기가 죽은것 처럼 보인다해도

정말 죽었는지 서너번 확인을 해 달랍니다,

죽은것처럼 자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ㅎㅎㅎ

 

저요?

만약에 제가 죽고 먹쇠님이 살아있다면 하고 싶은 데로 처리하라고 그랬어요,

(장례식은 어찌보면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화장을 시켜서 바다에 뿌리든, 집터에 뿌려버리든, 땅에 묻든 상관없으니까...

그리고

제가 가장 아끼는 곰인형, 파바로티 CD, 두권으로 된 까뮈 전집,

그리고 커피를 함께 담아서...^^

 

 

우울해지거나 슬픔에 빠져있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날이에요,

 

이 아름다움 하루가 계속 될 것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사랑 할 수 있을 것처럼

믿고 싶은

아니

믿게 만드는...^^

 

 

당신께

제 사랑과 인사를

파란하늘조각에 담아 보냅니다.

 

 

 

행복한 주말을 보내기를....

 

 

 

SUMMER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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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UMMER MOON  NOVEMBER 2009. FLO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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