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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 영화, 가릴 것없이 매우 몰입하는 편이다. 남들 봤을 때 정신 나간 사람처럼 화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히죽히죽 거리고 있는 부류인 것이다. 그러니 귀신, 좀비 영화는 절대 보지 못할 수 밖에...
소위 말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배꼽잡고 웃는 경우는 아마 남,녀 모두 동일할 것이다. 그런데 유독 매우 로맨틱한 장면이라든지, 드라마 속 연인들의 애정 놀음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있는 경우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을 것이다. 가끔 내 남친도 내가 그러고 있으면 '저 놈(?)이 그렇게 좋아?'라고 발끈하지만, 대개는 그 남자 배우가 멋있어서가 아니라 그 므흣(이 단어 이외에 적합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한 상황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보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전혀 로맨틱하거나 아름다운 상황이 아님에도 나는 '남자의 자격'을 보며 그렇게 배시시 웃고 있다. 개중 젊은 배우라는 이정진 등등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 게다가 40대의 노장들에게 관심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그 칙칙한 남자들을 보고 있자면 그냥 므흣한 미소가 나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초창기부터 남자의 자격을 참 좋아해왔다. 뒤져보니 그에 관련되어 작성한 포스트만 벌써 4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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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싱글녀에게 남성지 사게 만들다
여성이 본 '남자의 자격' 눈물편, 이해된다
'남자의 자격' 이경규의 변화, 유쾌하게 느껴져!
나는 왜 남자의 자격을 보고 그렇게 흐뭇한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결론은 "된장찌개 같은 투박한 맛"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은 세련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실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박장대소 할 일은 참 적다. 왜냐? 짜여진 각본이 없기 때문이다. 24시간을 줄창 촬영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건질만한 것 몇 컷만 사용한다. 남자의 자격을 보다보면 이거 어떻게 찍어서 편집했을까 싶은 상황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지난 주말 방송분 '대학에 가다'만 봐도 그렇다. 각 멤버들을 강의실에 집어 넣고 1시간 반, 2시간 찍어댔을 테지만 그 중 사용한 것은 한, 두컷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만 잘라내 그 정도면 나머지 부분은 진짜 다큐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은 상황만 제시해줄 뿐, 마치 다큐처럼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 멤버들의 반응이나 리액션을 촬영하고 있다. 그러니 멤버들이 웃기고 안웃기고는 중요하지 않다. 예능끼 쫙-뺀 이정진이나 윤형빈의 생존이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상황을 주니 이렇게 반응하는 놈도 있고, 저런 반응하는 놈도 있더라는 식이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에 안절부절 못하던 멤버들도 점차 편안한 옷을 입은 듯 적응해버린 느낌이 든다. 이거 참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남자의 자격이 처해진 상황에 "공감"을 한다. 교수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그들이 다시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나의 대학 생활은 어땠나 다시금 회상에 젖게 된다. 아내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코너를 보며,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아내 타령을 못할지언정 '엄마의 수고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들만이 체험할 수 있는 하늘을 날다 시리즈를 보며 막연히 하늘을 날고 싶다는 잊고 있었던 꿈을 꺼낸다. 남자의 자격이 가진 소소한 공감의 힘은 참 대단하다.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 서로의 치부를 폭로하거나 러브모드를 조성하는 프로그램들은 재미가 있고 자극적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특식같아서 자꾸 먹을수록 질리게 된다. 대체 어디까지 가게 될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럴수록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만드는 남자의 자격 같은 투박한 프로그램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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