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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安, 도시의 얼굴을 바꾸다    2009/09/27 21:16 추천 3    스크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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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토) 오후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천안시외버스터미널 앞 푸른조각광장. 자선모금 상자를 든

소녀 모습의 英 작가 데미언 허스트 작품 '채러티' 주위로 시민들이 앉아 주말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다리를 

타고 하늘을 오르고 있는 남자 모습을 형상화 한 작품도 멀리 보인다>

 

버스터미널, 떠나고 찾아드는 이들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도시의 얼굴'

저도 20살때 타지 생활을 시작한 뒤 한해에도 수십번씩 버스터미널을 통해 어디론가 떠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느 도시를 가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버스터미널이었습니다.

방문자에게 도시가 보여주는 첫 모습이란 점에서 버스터미널은 도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스터미널이 그동안 제게 주었던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대합실 가득 짙게 코끝을 자극하는 퀘퀘한 세월의 냄새,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탓에 늘 지저분한 화장실

건물내부의 낡은 시설들.

도시가 보여주는 버스터미널이란 첫 인상은 늘 썩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에도 여러개의 대형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그러나 몇년전 리모델링한 강남 센트럴시티 호남선을 제외하면

동서울, 남부, 강남경부, 상봉터미널 등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첫 모습도 그리 호감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난 토요일(26일) 오후 태어나 처음 천안을 다녀왔습니다.

천안은 대학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그리고 첫사랑의 고향인데도 서른이 넘어서야 가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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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을 나와 처음 마주친 천안의 모습입니다. 천안에서 가장 중심상권이라고 하는 '야우리'백화점 앞은

인구 50만 도시 이상의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인구 3만, 10만, 100만, 150만, 300만, 1000만 도시에서 두루 살아봤지만 인구 50만 규모 도시의

모습이 이렇게 인상적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첫 인상을 결정 지은것은 바로 사진 왼쪽, 야우리백화점 앞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18m짜리 '꽃의 마음'

이란 작품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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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마음'작품 설명을 읽으며 '아무나를 위한 예술'이란 단어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예술'을 아무나 즐길 수 없는 특권적 단어로 여기는 일반인들에게 '아무나를 위한 예술'로 벽을 허물려는

설치자의 마음이 진짜 '꽃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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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야우리 백화점 방향으로 100m정도 올라가면 '푸른조각광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조각광장은 주말을 맞아 젊은이들과 가족단위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채러티'를

만났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작품이 팔리고 있는 영국의 괴짜 예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2003년 작품 '채러티'.

구입당시 무려 200만달러(약 24억)나 지불한 이 작품이 조각공원 한가운데 태연히 서있었습니다.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은 '채러티'를 올려다보며 이런 저런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장난감 같다"며 그냥 지나치는 사람부터 유심히 바닥의 작품설명을 읽어보는 이들까지 저마다 자신이 느끼는

작품에 대한 감정을 편견없이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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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설치된 작품 설명은 누구에게도 읽기를 강요하지 않고 관심있는 이에게 작은 조언을 해주는 정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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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입구에 높이 솟아있는 '수백만 마일'이란 작품은 미국으로 귀화한 프랑스 미술가 아르망(Arman,1928~2005)이

4.5t트럭 차축 999개를 쌓아 올려 완성한 작품입니다.

천안이란 도시의 '버스터미널'이란 얼굴에 대한 한 사람의 열정을 작품은 그대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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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외/고속버스터미널과 야우리백화점, 야우리영화관, 아리리오 갤러리 등을 소유한 김창일(58) 대표는 세계

미술계 200대 콜렉터에 꼽히는 인물입니다.

김 대표가 이미 20년 전인 1989년에 노후된 천안버스터미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꿀 마음을 품었고 이를 실현했단 점이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수백만마일' 아래에 써놓은 설명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단 한 사람의 열정이 도시의 얼굴을 바꾸었고 20년뒤 제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버스터미널 주위의 모든 예술작품들은 김 대표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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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끝에 자리잡은 '아리리오 갤러리'입니다. 오른쪽 멀리 데미언 허스트의 6m 크기 대작 '찬가(Hymn)' 뒷모습이 유리벽 안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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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언 허스트의 2000년 작 '찬가'와 2003년 작 '채러티'는 구입당시 가격이 각각 200만달러(약 24억)였으나

현재는 이에 3~4배까지 가치가 올랐다고 합니다.

이런 세계적 작가의 대형 작품들이 서울도 아닌 인구 50만 지방도시 천안에 영구설치돼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한편으로 천안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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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열정은 지방도시 천안의 얼굴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이 변화가 오늘도 버스터미널을 통해 천안을 찾는 수많은 이들에게 제가 느꼈던 신선함을 선물할 것입니다.

그럼 데미언 허스트의 말로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한 가을 어딘가에서 기분 좋은 도시의

얼굴을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어렸을때 나는 그림을 그리고는 이제 "다 그렸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도화지끝에 종잇조각을 이어 붙이고는 "계속하렴" 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여기서 확장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도화지가 갖는 한계를 한번 벗어나면 확장은 쉬워진다.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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