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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 저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다녀왔습니다. KL이라고 불리우는 그곳은 저에게 호주에서 유학하던 학창시절 같은 Doman Hall이란 기숙사에 있던 친구를 기억나게 했습니다. 긴 머리의 그는 맨발에 항상 담배를 물고 다니곤 했지요. 그 친구 한 말 중 이 말이 기억나더군요 'don't tell me you take a shower once a day' (호주의 여름은 더웠고 그래서 불평한 적이 있었지요).
이런 조그만 기억말고는 저는 말레이시아와는 아무런 연관조차 없었습니다. 도착하여 커다란 두개의 빌딩이 하늘을 찌르는 페트로나스타워 앞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역시 덥더군요. 처음 이틀 그 빌딩과 연결된 KLCC 쇼핑센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름이면 다시 고개를 들던 천식때문에 몸이 안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조용히 멈춰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삼일째 물어 물어 여기저기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도를 보고 혼자 어디 어디를 정합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갑니다. 실망.. 제가 예상했던 곳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하기야 여행자가 자신의 생각에 여행지를 맞추려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닐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건 저의 못된 습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가 나에게 주는 vibe 10%는 저로 하여금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고 저는 그것을 찾아 다닙니다. 거리의 누군가가 시장지역에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말합니다. 그곳으로 걸어갑니다. 지하철 역으로 두 정거장 되는 멀지 않은 거리였으나 갑자기 폭우가 내립니다. 그들이 말했던 부띠끄풍의 shop들도 평화시장의 것보다 훨씬 낙후된 구석에 박혀 빛조차 들어가지 않는 곳들입니다. 떨어지는 빗속에서 카메라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투덜대며 종종걸음을 하며 뒤를 돌아봐도 택시들은 서지 않습니다. '그래 그냥 걷자...'
한 300미터 정도를 내려갔을까. 눈앞에 번쩍 들어오는 곳이 있습니다. COLISEUM CAFE. COLISEUM 극장 옆에 고풍스런 까페가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이상한 예지력이 있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 장소를 본 순간 그 곳을 좋아하게 됩니다. 아주 허름한 3층의 건물중 1층은 까페이자 레스토랑이고 2,3층은 저렴한 모텔입니다. 그 까페 맞은 편 길에 서서 저는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건물이 빗속에서 휘청거리는 것 같습니다. 찻길을 가로질러 문을 언뜻 보니 닫혀있는 것 같더군요. 옆문으로 들어가려하니 어떤 사내가 서서 그 옆에 오줌을 눕니다. '흠...'
까페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bar가 있는 까페와 벽을 지나 저쪽에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곳은 KL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1921년에 세워진 곳이니 가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까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시켰습니다. 젊은 참으로 가벼워보이는 중국청년이 하얀 가운을 입고 옵니다. 자세히 보니 가운은 더이상 그리 하애보이지 않더군요. 가져다 준 커피에서 발냄새가 나더군요. '내가 무얼 잘못했나'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나의 정면으로는 까페의 바가 보입니다. Bar 너머로 그 청년과 아주 연로하신 할아버지 한 분, Bar의 오른쪽으로는 중년의 중국인, 그 중 한 명은 어릴 적 보았던 형사 콜롬보의 목소리와 아주 흡사한 그러나 아주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있어 조용한 오후의 까페가 쩌렁쩌렁 울립니다. 긴 Bar 왼쪽의 줄로는 어떤 할아버지가 뒤를 돌아 내 쪽(정문쪽)을 보며 연신 코를 파고 있고, 그 옆에는 인도인으로 보이는 양복의 신사가 차를 마십니다. 그들을 그냥 보고 있어도 한 시간이 그냥 가더군요. 하지만 웬일인지 저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가 원한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두 시간을 있었습니다. 제 테이블위에는 이미 커피는 가고 콜라가 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양 옆의 벽을 보았습니다. 그 벽들 !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벽위에 있던 그 흔적들 ! 그건 저에게 경외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먼지의 흔적, 그 하얀색의 벽은 이미 누렇게 되어 있었고 그 위에 여러가지 알 수 없는 거무죽죽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갑자기 숨이 멎습니다. 그리고 아드레날린이 솓구치기 시작합니다. '이거다..내가 이 곳으로 이끌려 온 이유는 .. ' 하지만 저는 여전히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는 그 곳으로 돌아옵니다. 4일 동안. 전 여전히 사진을 찍지 않았고 그들과 낯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모양새로 여전히 같은 시간에 있었습니다. 신기하리만큼 같은 모양새.. 마치 그 벽과 함께 그 곳에 멈추어 있는 사람들처럼. 매일 저도 같은 자리에 앉아 Bar를 바라보며 2~4시간씩 있었습니다. 남들이 들어가보지 못한 시간으로 저는 서서히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그림안으로 들어가 앉는 듯한 느낌. 이제 그들은 나를 보면 조금씩 웃기도 하고 눈짓으로 아는 척도 합니다. 3일째가 되는날 저는 나오며 이 곳의 manager의 번호를 물어봅니다. Madame Chong. 그녀가 이곳의 operator라고 합니다.
다음날 저는 그녀와의 약속을 하고 아침 10시에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일단 정문이 막혔고 그 위로 여러가지 공사건축물이 쌓여 있습니다. 옆문으로 들어가보니 까페는 열려 있지만 레스토랑 쪽은 이미 난리가 난 상태입니다.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저는 부리나케 Madame Chong과 앉아 자초지종을 물어봅니다. 그녀의 말이, '우리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합니다' 하더군요. 그녀의 말은 그 곳의 벽들이며 내장을 모두 공사하여 바꾸는 공사를 하는 거라는 말입니다. 저는 목이 바짝 말라오기 시작합니다. 저의 사진을 보여준 뒤, 저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했습니다.
"왜 이 아름다운 것을 바꾸려고 합니까. Coliseum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며 추억입니다. 그건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것이지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왜 이곳을 오기 원합니까. 전통이 있기 때문이며 그들은 이 곳이 맥도날드처럼 반짝거리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이 와서 자기 레스토랑의 벽에 대해 연설을 늘어놓으니 이 아주머니도 기가 막혔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빙긋이 웃더니 '당신이 사진을 찍는다면 그럼 우리에게는 무엇이 돌아옵니까'하고 물어봅니다. '중국인들이 어디갈까' 생각들더군요. 저는 대답합니다, "당신에게 많지 않은 돈을 줄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시간을 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1921년부터 있었던 당신의 기억이 묻혀 있는 벽이 그리울 때는 저 밖에 기댈 사람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녀는 호쾌하게 웃더니 저에게 사진촬영을 허락했고 종업원 한 명과 함께 모텔 방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1921년부터 있었던 그 까페는 그 날 멀리서 온 이방인이 사진찍는 것을 구경합니다. 형사 콜롬보의 목소리를 가진 Peter도, 그 촐삭거리는 인상의 하얀가운 웨이터도, 8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Bar뒤의 할아버지도 가만히 자신의 벽들이 저의 조그만 카메라에 담기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며칠동안 계획했던 세개의 벽을 주제로 노트를 펴 놓고 벽 끝에서 벽 끝을 오가며, 또 노트를 하나씩 지우며 그렇게 오래된 벽을 담았습니다. 80년 이상을 버텨왔던 그 벽은 단 한 시간만에 저에게 담겨졌습니다. 하지만 제 손끝은 마음은 '80년이 그대로 이 곳에 잘 담겨야해'하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 레스토랑 쪽을 공사하던 인부들은 까페와의 경계선에 서서 저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고 제가 작업을 마치자 마자 그들은 벽을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번쩍거리는 새하얀 페인트가 여지없이 그 위로 망측하게 그려지고 전 빨리 그 곳을 나오는데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이 저미어 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일까요,
생면부지의 Coliseum Cafe에서 내가 찾던 것은, 그리고 지키려던 것은...
다음날, 공항으로 가던 길, 우리는 특별히 운전기사에게 부탁하여 그 곳을 들렀습니다. 공사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많은 부분이 마친 상태입니다. 저는 그 곳 사람들과의 반가운 눈짓을 하며 안쪽 까페로 앉아 간단히 아침을 먹습니다. 후라이 두 개와 차 한 잔. 나에게 모텔방을 보여주었던 사람도 그대로 있었습니다(그는 이 까페에서 34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눈에는 그 이전의 벽이 그 뒤에 잠시 숨어있는 것일뿐, 여전히 선명히 보일지도 모릅니다.
'예, 그들은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습니다.'
뉴욕의 벽들이 아른거린 rainy day,
daniel
* 'Coliseum의 벽'은 아직 작업 중에 있으며 2~3주 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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