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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14. 고양이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009/11/06 09:45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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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_허준호_김명민_고은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고은미,김영호)

14_김명민_고은미_고양이.jpg

 

14. 고양이

 

김형우의 집 거실 한가운데에는 두 꼬마가 작은 상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있고 김형우와 동생 영미는 소파에 앉아있다. 오빠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는 영미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너!’
‘응?’
‘그 방 언제부터 들어간 거야? 열쇠 언제 찾았어?’
‘오늘... 방금 전에. 오빠.’
‘너 또 언니 옷 입고 다니려는 거야? 또?’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열어본 거야.’
기가 죽어 있던 영미가 눈을 크게 뜨며 오빠에게 다가앉는다.
‘오빠!’
‘왜?’
‘언니 그렇게 돈 많이 벌었어? 저거 다 명품이야. 정말 일억은 된 다니까. 정말이야. 계산해봐. 전부 최고명품이야. 세상에!’
‘명품이던 아니던 난 상관없어.’
‘어머나 세상에! 저거 중고로 팔아도 몇 천은 되겠다.’
‘시끄럽다.’
영미는 오빠 형우에게 더 가까이 다가앉는다.
‘오빠. 아니 저렇게 돈을 쓸 바에야 집이라도 사지?’
‘그렇다고 집 살돈이 되냐? 집값이 얼마인데?’
‘아니, 언니는 그렇게 돈이 많으면 집을 좀 옮기던가......’
‘그런 거 신경 쓸 여자였냐?’
그리고 또 영미는 오빠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말한다.
‘오빠, 우리 저거 팔자. 응? 나 몇 개만 갖고. 안 돼?’
‘넌......’
김형우는 너무 어이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만다.

 

해장국집, 이형사는 꾸역꾸역 뼈해장국을 먹고 있고 홍형사와 정반장이 머리를 맞대듯 다가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
‘홍형사 그게 무슨 소리야? 미디어플레이어?’
‘예. 반장님.’
‘미디어플레이어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고?’
‘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김형우씨는 전문가잖아요. 컴퓨터를 잘 다루는 보통 학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래?’
‘반장님, 임경만씨요.’
‘응? 그 친구가 왜?’
‘임경만씨는 보기에도 사람이 어수룩했어요.’
‘그런데?’
‘컴퓨터를 꽤 다룰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저한테 분명히 이메일도 쓸 줄 모른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데 미디어플레이어는 능숙하게 다뤘어요. 그리고 김형우씨한테 배웠다고 했어요. 컴퓨터도 김형우씨가 준 거라고 했고요. 그렇죠? 이형사님.’
이형사는 입안에 잔뜩 음식을 문채 고개만 끄덕이고는 어렵사리 음식을 삼키고는 말한다.
‘홍형사, 그런데 임경만이 그렇게 쉽게 그런 얘기를 해? 제 발 도끼로 찍는 건데? 팍팍 찍는 건데?’
‘아녜요. 순진하고 조금 모자란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를 내세울 게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자랑하잖아요. 열등감 때문이죠.’
이형사가 밥을 먹다 말고 껄껄 웃는다.
‘하하하하! 맞아! 멍청한 놈들은 말이야.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뭐 좀 잘난 거 있으면 그냥 떠들어 댄단 말이야.’
정반장의 표정이 심각하다.
‘음... 그러니까 임경만 혼자 술을 마시고 김형우의 목소리는 컴퓨터였다. 이거지?’
‘예. 반장님. 김형우씨는 분명히 여러 개 음성파일을 준비했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요. 혼자 그냥 녹음해 놓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임경만이 취해버렸다.’
‘예. 그래서 파일이 계속 반복해서 돌아간 거죠. 그러니까 아래층 노부부가 듣기에는 김형우씨가 한 얘기 또 하고, 그렇게 반복하는 것처럼 들렸던 거죠.’
‘그 대신 김형우가 임경만의 도박 빚을 갚아준다.’
‘임경만씨는 빚 때문에 협박을 받고 있었을 거예요.’
‘증거가 없잖아?’
해장국을 먹던 이형사도 정반장의 말에 동의한다.
‘홍형사, 증거는 어쩔 거야? 살해 동기는? 그래도 마누라인데? 게다가 돈도 잘 벌고 무지하게 예쁜데?’
홍형사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지며 중얼거린다.
‘하드디스크......’
그리고 식당 안에 다시 음악소리가 퍼져 흐른다. 주인아줌마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거 안 꺼! 끄란 말이야! 이년아!’

 

초저녁 정반장이 꽤 고급스런 오피스텔 로비에 서있다. 출입문을 유심히 보며 흐트러짐 없이 그렇게 서있다.
그리고 한 중년남자가 여행용 카트를 끌고 들어온다. 한 손에는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고 있다. 남자가 그를 쳐다보고 있는 정반장과 눈이 마주치자 발을 멈춘다. 천천히 다가가는 정반장.
‘이영수씨 맞으시죠?’
‘누구신데?’
‘강력계 정반장입니다. 소식은 들으셨죠?’
‘아......’
이영수는 눈을 깜빡거리며 더는 말을 하지 못한다. 정반장이 그의 손에 들려있는 가방을 내려다본다. 무엇인가 안에서 꿈틀거린다.
‘뭐죠?’
‘예?’
‘가방에서 뭐가 움직이는데요? 강아지인가요?’
‘아!’
그는 씩 웃으며 가방을 열어 고양이 한 마리를 꺼내어 품에 안는다. 진회색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
‘제 고양이입니다. 중국 출장 갈 때는 동물병원에 맡기거든요. 하하하하!’

정반장이 꽤 넓은 오피스텔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이영수는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며 즐거워한다.
‘란이야, 맛있니? 그 녀석 참.’
이영수가 실실 웃으며 정반장 맞은편에 작은 의자에 앉는다.
‘고양이를 참 좋아하시는군요? 고양이 이름이 란이입니까?’
‘예. 사람보다 낫습니다. 하하하하.’
정반장이 묵묵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음을 멈춘다.
‘양소연씨하고는 어떤 관계이셨습니까? 이영수 사장님.’
‘아... 뭐......’
제 머리만 긁적이며 말을 하지 못하는 이영수.
‘깊은 관계이셨나요?’
‘아뇨! 아닙니다.’
‘돈도 많이 쓰신 거 같던데요? 그렇죠?’
‘그거야 뭐... 돈이야 뭐 많이 버니까. 쓸 때는 써야죠.’
‘돈 거래도 있으셨죠? 양소연씨하고.’
‘그건......’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시죠? 그게 좋습니다. 어차피 이혼하고 독신이신데 그냥 다 털어놓으시죠.’
이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작정을 했는지 제 무릎을 치고는 정반장을 바라본다.
‘뭐 솔직히 어떻게 좀 해보려고 돈도 꿔주고 선물도 많이 사 줬습니다. 들어간 돈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그러시군요.’
‘뭐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습니다.’
‘재미요?’
‘에이. 아시면서? 그 뭐야, 될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그게 사람 죽이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하.’
정반장의 무표정한 얼굴에 이영수는 다시 입을 다문다.
'양소연씨와는 언제부터 만나셨습니까?‘
‘그거야 처음 본건 담홍 때부터였죠.’
‘그후로는요? 양소연씨는 담홍에서 금방 떠났죠?’
이영수는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떠올랐는지 혼자 씩 웃는다.
‘칠 년 전인가? 낮에 회사로 전화가 왔어요.’
‘누구한테요? 양소연씨요?’
‘예. 그래서 부랴부랴 내려가 봤죠. 회사 뒤편 카페에 있다고 했거든요.’
‘그전에는 따로 만나신 적이 없었나요?’
‘예. 그냥 그 장승식이하고 담홍에 갔을 때나 봤습니다. 따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어요. 거! 엄청 가슴 설레데요. 하하하하.’
정반장도 하는 수 없이 슬쩍 따라 웃어주고 만다.
‘카페에 들어갔더니 담홍에서 보던 거 하고는 또 다르데요. 아주 지적인 면이 있더라고요.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휴! 그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뭐! 졸지에 뭐 고양이 애비가 됐죠.’
‘예?’
‘희란이 옆을 보니까 조그만 가방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안에 있더라고요.’
‘고양이요?’
‘예.’
‘담홍에서 키우던 고양이였군요.’
‘그렇죠!’
‘그래서요?’
‘아니, 그 고양이를 나보러 돌봐달라는 겁니다. 기가 막히데요.’
‘그래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럼 어쩝니까? 사람을 아주 녹이는데? 일 년만 키워달라니 어쩝니까? 기회는 찬스라는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는 정반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벌떡 일어선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차 한 잔 드려야지.’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앉으세요.’
‘아니 그래도......’
이영수가 자리에 앉아 그의 고양이가 그의 무르팍 위로 뛰어올라 앉는다.
‘그때부터 고양이를 키우셨나 봅니다. 그렇죠?’
‘예. 아이고. 이거 한번 키워보니까 아주 이거 괜찮아요. 살살 비며가면서 얼마나 애교를 떠는지. 하하하하.’
이영수는 고양이와 얼굴을 비비며 좋아하고 있다.
‘저한테는 고양이가 복덩어리입니다. 인생 완전히 바뀌었어요.’
‘어떻게요?’
‘희란이 고양이 키우고부터 뭐가 풀리기 시작하더란 말입니다. 그때부터 돈을 긁어모았어요. 오죽하면 내가 이 녀석 이름을 란이라고 하겠습니까? 란이! 희란이! 하하하하!’
정반장이 보든 말든 이영수는 고양이와 장난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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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13. 명품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009/11/05 10:46 추천 1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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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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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명품

 

늦은 밤 정반장이 사건현장 아래 바로 그 슈퍼로 들어간다. 양소연의 험담을 늘어놓았던 바로 그 슈퍼 여주인이 뒤늦은 손님들 받기에 정신이 없어 보인다. 정반장이 좀 떨어진 곳에 서서 조그만 과장봉지들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린다.
여인이 정반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말한다.
‘손님! 뭐 드려요?’
정반장이 빙긋이 웃으며 쳐다보자 여인은 흠칫 놀란다.
‘안녕하셨습니까? 아주머니.’
‘아니... 왜 또? 이 밤중에.’
‘장사 잘 되시네요?’
‘잘 되긴 뭐... 이 시간에는 잠깐 그래요.’
여인은 뭔가 느꼈는지 불안해 보인다. 정반장이 미소는 띄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인을 노려보며 묻는다.
‘이영수씨 아시죠?’
여인은 이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전 남편 맞죠? 이혼하신 남편 말입니다.’
여인은 울상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하... 양소연씨가 꽤나 미우셨겠습니다. 그렇죠?’
여인은 작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본다.
‘저한테 거짓말 하셨죠? 그때 말한 거 말입니다.’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간신히 말을 한다.
‘다 거짓말은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뭐가 진짜였죠?’
‘그날 밤에 내가 본 게......’
‘뭐죠?’
여인은 가슴 깊이 묻힌 한을 내뿜듯 한숨을 내쉰다.
‘그 인간이었어요. 그 인간!’
‘누구요? 이영수씨요?’
‘그래요.’
갑자기 표독스러운 눈빛을 띄는 슈퍼 여주인.
‘오입쟁이가 아주 제대로 걸렸두만.’
‘예? 제대로요?’
‘아주 여시 같은 년한테 제대로 걸린 거지.’
‘왜 거짓말 하셨습니까?’
여인은 또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자식들 애비인데. 그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그냥 아무 말 안 하시면 되죠?’
‘그래도! 난 그 년 너무 싫어! 잘 죽었어!’
벌컥 화를 내는 여인을 정반장은 오리혀 측은하게 쳐다본다.

 

그리고 늦은 점심시간, 정반장과 홍형사가 경찰서 앞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정반장의 선짓국 그리고 홍형사의 콩나물해장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반장님.’
‘응?’
‘이영수씨 오늘 귀국하나요?’
‘응. 네 시 도착이래. 인천에.’
‘용의선상에 있는 걸 알고 있을까요?’
‘모르지. 전 부인이 말해 줬는지 아닌지.’
‘이영수씨하고 양소연씨가 정말 내연의 관계였을까요?’
‘왜? 아닌 거 같아?’
‘예. 저는 왠지......’
‘흐흐흐흐. 하여튼 양소연이라는 여자는 유별난 여자였던 건 분명해. 안 그래?’
‘예. 자기 세계에 빠져 살았던 여자 같아요. 평범하진 않아요.’
국물 한번 떠먹고 정반장이 묻는다.
‘양소연씨 정신병력 같은 건 없다며?’
‘예. 전혀 없어요.’
‘다른 카페 손님들은 어때?’
홍형사가 조용히 수저를 놓는다.
‘저희 생각하고는 다른 거 같습니다. 반장님.’
‘뭐가?’
‘양소연씨요. 다른 손님들은 던칸이나 양소연씨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
‘예. 그냥 물장사하는 여자가 뭐... 이런 식입니다. 그저 양주 생각날 때 가끔 갔다는 식이에요. 단골술집 없는 남자가 어디 있냐고들 하던데요. 그리고 이왕이면 예쁜 여자가 좋은 게 아니냐고요.’
‘그렇지. 그게 정상이지. 남자가 주색을 밝혀도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는데 한계가 있는 거지. 그게 정상이지. 안 그래?’
‘혹시......’
‘혹시 뭐?’
‘양소연씨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요?’
‘뭐를?’
‘요일을 정해놨다느니 손님들이 마치 목을 매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게 양소연씨가 고의로 그런 건 아닐까요?’
‘그래. 그럴 수도 있어. 만만한 몇 놈 호구로 만드는 거지. 애가 닳게 말이야. 원래 그렇잖아. 쉬우면 재미가 없거든.’
‘프로죠.’
‘흐흐흐흐. 그래. 프로. 잔챙이, 쭉정이는 필요 없지.’
정반장이 냅킨휴지로 입을 닦는다.
‘홍형사가 보기에도 임경만이라는 사람 이상해?’
‘예. 좀 어딘가......’
‘임경만이 이상하면 남편 김형우가......’
‘모르죠. 도박 때문에 괜히 찔려서 그런지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나저나 이형사는 왜 안 와?’
그때 홍형사가 식당 문 쪽을 바라본다.
‘이형사님 양반되긴 틀렸는데요.’
‘응?’
정반장이 돌아본다. 이형사가 씩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리고 홍형사 옆에 턱 앉는다.
‘다녀왔습니다. 반장님.’
이형사가 정반장과 홍형사의 빈 해장국 그릇을 쳐다보고는 손을 번쩍 들며 외친다.
‘아줌마! 뼈 하나!’
‘다른 것 좀 드세요.’
홍형사가 나무라자 정반장도 끼어들어 거든다.
‘그래. 다른 것 좀 먹어라. 이형사 넌 맨날 뼈만 먹냐?’
‘아니, 왜들 그래요?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데? 밤 꼬박 세고 그 강원도 골짜기까지 갔다 왔는데 뼈 정도는 먹어줘야죠?’
‘어이구. 흐흐흐흐.’
그리고 이형사는 짓궂게 몸까지 흔들어가며 우쭐댄다.
‘찾았어?’
‘그럼요!’
‘정말 찾으셨어요? 이형사님.’
‘홍형사! 내가 양아치 자식들 돈놀이 하는 거 찾는 건 귀신이야.’
정반장이 재미있다는 듯 씩 웃기만 한다.
‘이형사님. 임경만씨 정말 도박 빚 있던가요?’
‘응!’
‘얼마나요?’
‘오천!’
이형사가 손가락을 펴 보인다. 정반장도 좀 놀라는 표정이다.
‘그렇게 많아?’
‘예. 반장님. 원래 육천 좀 넘었었는데 육 개월 전에 천만 원 갚고 이래저래 이자 붙고. 하여튼 지금은 이천만 남았습니다.’
홍형사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그럼 그 새에 삼천만원 넘게 메웠단 말이에요?’
‘그렇지!’
정반장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조용히 숨을 고른다.
갑자기 식당 안에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쾌한 댄스뮤직. 이형사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듯 노래를 따라 부른다.
‘노바디 노바디 원츄!’
정반장과 홍형사는 그저 어이없이 바라만 본다. 식당 주인아줌마의 걸쭉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년아! 그거 안 꺼!’
카운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갓 스물 되어 보이는 여자에게 주인아줌마가 다가간다. 그리고 또 큰소리로 외친다.
‘이년아! 취직할 생각은 안 하고 식당 일 좀 하라니까! 안 꺼!’
‘엄마! 왜 그래. 음악 틀면 손님들도 좋잖아!’
‘좋기는 이년아! 노바디는 무슨! 우리 집엔 노가리도 없다 이년아! 
‘어휴! 정말!’
‘이 놈의 컴퓨터는 왜 갖다 놔가지고! 그냥 틀고 또 틀고! 들은 거 또 듣고! 하루 종일!’
이형사는 어깨춤을 추다가 제 앞에 놓이는 뼈 해장국을 보고 눈이 커다래지며 환하게 웃는다.
‘우와! 오늘 뼈가 더 크네!’
정반장이 어린 동생 보듯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주인아줌마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끄란 말이야! 그놈의 플레이인지 뭔지! 지겨워! 왜 자꾸 튼 거 또 틀고 그래! 이년아! 엄마는 힘들어 죽겠는데.’
홍형사가 살며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며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정반장이 보았다. 이형사는 허겁지겁 뼈에 붙은 살을 뜯어먹고 있다.

 

김형우가 살며시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다. 조용한 거실, 문득 그는 소파를 본다. 소파 위에 웅크리고 잠이 들어있는 아들 대훈이 그리고 그 작은 가슴에 안기어 자는 어린 여자아이. 그는 대훈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울화가 치미는지 입술을 꼭 깨문다.
그리고 안방 문부터 열어보고 욕실도 열어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구석 작은 방문을 열자 방바닥 한가득 물건들이 펼쳐져 있다. 핸드백, 구두, 옷 그리고 액세서리들. 동생 영미가 한가운데 앉아 얼이 빠진 듯 그것들을 만져보고 있다.
‘야!’
‘엄마아!’
영미가 놀라 손에 쥔 것들을 떨어뜨린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오... 오빠. 이 시간에......’
‘그건 왜 다 꺼내고 난리야!’
영미는 핸드백 하나를 집어 들고 애원하듯 말한다.
‘오빠. 이것 좀 봐. 다 명품이야. 몽땅 다! 이게 도대체 얼마야?  세상에... 몇 천만 원... 아냐 억은 되겠다.’
‘빨리 안 치워!’
‘응?’
‘빨리 치우란 말이야!’
대훈이가 고함소리에 잠에서 깨워 아빠에게로 오고 있다. 얼떨떨한 영미가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빠... 이거 나 가지면 안 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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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12. 구멍가게 (허준호,김명민,고은미,김영호)    2009/11/04 10:25 추천 2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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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_허준호_고은미_김영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고은미,김영호)

 

12_코냑_고은미.jpg

 

 

12. 구멍가게

 

이형사와 홍형사가 고향식당으로 들어왔다. 한적한 시골동네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다. 이형사가 휙 둘러보며 말한다.
‘음식이 맛있긴 맛있는 모양이네. 이 구석지에 웬 손님이 이렇게 많아?’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고추장 제육볶음을 보며 이형사가 입맛을 다시고 식당아줌마가 느릿느릿 다가와 묻는다.
‘뭘 드릴까요?’
‘뭐가 맛있는데요?’
‘뭐......’
그런데 홍형사가 얼른 말한다.
‘순두부 두개 주세요. 아줌마.’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선다. 이형사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홍형사에게 따진다.
‘어? 홍형사, 왜 맘대로 시켜?’
‘이형사님 고기 그만 드세요. 몸에 안 좋아요.’
‘어이구. 몸으로 때우고 사는 놈이 고기를 먹어야지. 무슨!’
이형사가 고개를 돌려 아줌마를 부르려하자.
‘선배님! 그냥 순두부 드세요!’
‘어?’

 

정반장은 어느 빌딩 로비 한가운데에 서있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오십은 훌쩍 넘어 보이는 뚱뚱한 중년남자가 내려 얼떨떨한 얼굴로 정반장을 바라보며 다가온다.
‘장승식 사장님?’
‘예......’
그리고 로비 끝 쪽 휴게실에 정반장과 장사장이 앉아있다.
‘희란이가 정말 죽었습니까?’
정반장은 고개만 끄덕인다.
‘아... 이런......’
장사장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쉰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희란이 양소연씨 말입니다.’
‘그게......’
‘다 말씀하세요.’
‘한 일 년 됐나? 에이!’
‘왜요?’
‘그 자식 이사장 때문에.’
‘이사장요?’
장사장은 작정을 한 듯 숨을 한번 내쉬고는 다시 말한다.
‘이영수라는 놈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영수씨요?’
‘예. 그 자식 원래 제 부하 직원이었죠. 나이는 동갑인데 제가 이사 달았을 때 겨우 부장초짜였어요. 나한테 꼼짝도 못하던 자식이 사업 좀 하다가 돈 좀 버니까 얼마나 시건방을 떠는지.’
‘이영수씨도 양소연씨를 아나요?’
‘그럼요! 제가 담홍에 다닐 때 그 자식 데려가서 술 먹이고 그랬습니다. 아! 그런데.’
‘그런데요?’
‘한 일 년 전에 느닷없이 희란이한테 전화가 왔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한 칠 년만인가 그랬으니까.’
‘카페로 오라고 하던가요?’
‘예. 카페 하나 차렸다고 놀러오라더군요.’
‘그래서 가셨습니까?’
‘예......’
장사장은 잠시 기가 죽는 듯 하더니 다시 발끈한다.
‘아니 그런데 가보니까! 그 자식이 떡하니 앉아있는 거예요.’
‘이영수씨요?’
‘예. 아! 그 자식이 아주 뭐 아랫사람 보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아주 사람을 살살 놀리더란 말입니다.’
‘어떻게요?’
‘뭐긴 뭐겠습니까? 돈이지.’
‘돈요?’
‘그 자식 돈 좀 번다고 얼마나 희란이 앞에서 건방을 떨던지. 술도 제일 비싼 코냑으로 턱 시키고, 희란이한테 백화점 상품권까지 주는데 몇 백만 원은 되는 거 같았어요. 아이고! 제 마누라 구명가게해서 간신히 먹고 살던 놈이.’
‘구멍가게요?’
‘예. 그 자식 마누라가 옛날부터 가게 하나 했어요. 집산다고 빚지고 이래 빚지고 저래 빚지고 쩔쩔 맸어요. 그러니까 마누라가 집에서 놀 수 있나요? 하긴 뭐 나도 월급쟁이 사장이라서 마누라가 아직도 일을 하긴 하지만.’
‘이영수씨는 지금 어디 삽니까? 무슨 사업을 하죠?’
‘집은... 희란이 카페에서 가깝다던데 잘 기억이... 그리고 사업은... 중국에서 뭘 수입한다고 했는데. 바람둥이 자식이 뭐.’
‘장사장님도 여자를 꽤 좋아하신다고 하던데요.’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자식에 비하면.’
‘이영수씨 연락처 아십니까?’
‘예. 뭐 할 수 없이 명함은 받았죠. 그런데......’
‘그런데 뭐요?’
‘그 자식 희란이하고 계속 연락한 거 같단 말이야.’
‘그래요?’
‘담홍 있을 때도 나 몰래 만난 거 같아. 자식이 내 앞에서는 모르는 척하고 뒤로는......’
장사장은 저 혼자 아주 심각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있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아!’
‘예?’
‘맞아! 맞아요!’
‘뭐가요? 장사장님.’
‘저기! 저기! 그 자식 마누라 슈퍼!’
‘슈퍼?’
‘예! 그 자식 몇 년 전에 이혼 했다는데, 그 마누라 슈퍼가 바로 희란이 사는 동네라고 했습니다. 맞아요!’
정반장도 고개를 살며시 갸우뚱거린다.

 

이형사가 순두부찌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말한다.
‘히야! 정말 맛있네. 맛있다.’
‘거봐요. 맛있잖아요.’
이형사가 누군가를 쳐다본다.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거구의 남자, 영광설비에서 본 임경만의 친구이다. 그도 이형사를 보고는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남자가 이형사 옆으로 오며 손가락질까지 하며 말한다.
‘아까 경만이네......’
‘하하하하. 맞습니다.’
‘여긴 어떻게?’
‘예.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먹으로 왔습니다. 여쭤볼 것도 있고.’
‘뭐? 나한테요?’
‘예. 여기 좀 앉으시죠.’
이형사가 그를 끌어당겨 옆에 앉힌다.
‘어?’
남자는 심통이 난 얼굴로 두 형사를 번갈아 본다.
‘저희는 경찰입니다.’
‘경찰?’
‘예. 수사 중입니다.’
‘뭘?’
‘성함이 박수태씨이시죠?’
‘그런데요? 내가 뭘?’
‘하하하하. 아뇨. 뭘 잘 못하셨다는 게 아니고.’
‘나 원 참! 경찰이 뭐 이래?’
이형사는 목에 한번 힘을 주고는 목소리를 조금 내리깔고 다시 말한다.
‘김형우씨 아시죠?’
‘누구?’
‘김형우씨. 송팔수씨댁 이층에 사는 사람 말입니다.’
‘아! 그 음악 한다는 놈.’
‘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요? 경만이 자식이 친한데?’
‘예. 알고 있습니다.’
‘어이구. 별 희한한 일이네? 다 안다면서 나한테 뭘 물어봐?’
홍형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임경만씨 특별히 하시는 거 있나요?’
‘특별히? 그게 무슨 소리요?’
‘아까 임경만씨가 어디 갈 때는 박수태씨 차를 빌린다고 하신 거 같은데요.’
‘아.... 그거?’
‘뭐 아시나요?’
‘말해도 돼나?’
이형사가 또 능글맞게 웃는다.
‘흐흐흐흐. 말씀하셔도 됩니다. 수사에 도움주시는 것도 애국입니다.’
‘애국은 무슨 얼어 죽을! 나 먹고살게 해준 게 이 놈의 나라인가?’
다시 홍형사가 차갑게 묻는다.
‘임경만씨 어딜 가시는 거죠?’
‘그 자식 꾼이에요.’
‘예? 꾼요?’
‘도박!’
‘아......’
‘그런데 뭘 수사하는 거요?’
이형사가 슬쩍 웃어 보이더니.
‘살인요.’
‘살인?’
박수태는 덩치답지 않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누... 누가 죽었는데?’
‘음... 김형우씨 부인이 살해됐습니다.’
‘아이구......’
‘처음 들으셨습니까?’
‘그럼! 내가 처음 듣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 예. 흐흐흐흐.’
‘거 참! 두 놈 다 마누라복도 지질이도 없는 놈들이네. 한 놈은 도망가고 한 놈은 죽고. 그러게 자식들이 똑바로 살아야지!’
이형사와 홍형사는 서로 마주보며 소리 없이 웃는다. 그런데 박수태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
이형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슬쩍 물어본다.
‘왜요? 뭐 생각나시는 거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까 경만이 그 자식 얼굴이 좀 폈네.’
‘예? 펴다니요?’
‘아닌가? 그 자식 한동안 죽상을 하고 있더니 요즈음 좀 나아진 거 같네. 병신 같은 자식. 제 마누라 하나 어떻게 못하고.’
그런데 또 박수태는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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