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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여기가 어디냐, 한국 맞냐!!!!
서울 한남동에 새로 문을 연 삼성미술관 리움에 가서 이런 촌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혹시 아직 모르시는 분은 홈 페이지 참조 www.leeum.org
참고로 leeum은 이병철-이건희 회장 등 삼성 이씨 가문의 이와 뮤지움의 움이 합쳐진 말입니다...
확인은 못했지만 이건희 회장이 절친한 친구인 모리(일본의 거대 부동산 회사 오너) 회장 부부가
동경에 문을 연 '모리 미술관'에 들렀다가 삼성미술관에도 '이'라는 패밀리 네임을 넣었다고 하던데...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다시 삼성이 만든 한국 최고의 미술관 컴플렉스로 돌아가면...
마리오 보타가 고미술 전시관(사진 가운데)을, 장 누벨이 현대미술 전시관(사진 오른쪽)을, 램 쿨하스가 아동교육문화센터(사진 왼쪽)를 각각 설계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말 그대로 스타입니다. 각자 한 스타일씩 합니다.
온유하고 맘씨 좋아 보이는 보타(스위스+이탈리아), 서구식 합리주의 속에 어딘지 낭만적인 보헤미안 분위기가
슬쩍 느껴지는 장 누벨(프랑스), 냉철한 북유럽풍에 파격이 숨은 듯한 쿨하스(네덜란드)...
건축가와 건물이 고대로 닮아 있습니다. 참, 우리나라에는 쿨하스의 이름을 딴 캐주얼 브래드도 있습니다...
미술관에 들어가는 순간, 묘한 특권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여기 관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예약을 받아서 소수만 입장시키는데 전화가 말 그대로 폭주한답니다. 그나마 지금은 예약도 안 됩니다.
11월달은 이미 예약이 꽉찼나 봅니다. 예약전화는 11월15일 넘어서 다시 받기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들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는 공간이니,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가슴이 좀 두근거립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고미술관 지하층이자 로비입니다. 새하얀 공간에 검은 기둥이 세워진 세련된 공간.
안내요원들도 말쑥합니다...
데스크에서 pda를 하나씩 받아들고 엘리베이터 타고 4층으로 이동, 관람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pda가 끝내줍니다.
해드폰을 한쪽 귀에 걸고 작품 1번 앞에 서면 1번에 대한 나레이터의 설명이 시작됩니다. 화면을 통해 글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화면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누르면 작품의 앞면 옆면 뒷면 바닥까지
골고루 볼 수 있습니다...하이라이트는...중간에 2번이나 15번이나 100번이나 하여간 맘대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도 (몇초간 버벅거릴 때도 있지만)
pda설명 역시 따라간다는 겁니다!
이거 정말 신기하던데요. 왜 옛날에는 음성안내 장치가 떠드는 순서에 따라 작품을 보고 속도를 맞춰야 했쟎습니까...
이제는 작품을 진열 순서와 상관없이 맘대로 돌아다니면서도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무슨 인식장치를 내장했는지...암튼 역시 삼성~소리가 나옵니다.
두번째로 역시 삼성~을 외치게 되는 순간은
4층의 '청자 컬렉션'으로 들어갈 때 입니다...아, 언제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고려청자를 이렇게 한꺼번에 보겠습니까...
실내는 브라운톤으로 굉장히 어두운데 빛 한줄기가 유리 전시장(독일회사가 제작한 특수작품입니다)
속의 작품에 내리 꽂힙니다...유리 케이스에 코를 바짝 갖다대고 들여다보면 섬세한 문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청자음각연화문매병! 청자양각죽절문병! (둘다 국봅니다) 청자 도형 연적!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청자 감상을 마치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로툰다를 통해 3층으로 나오게 됩니다. 복도겸 계단 기능을 하는 로툰다는 천장에 난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 때문에 무척 환합니다. 전시장의 브라운톤 어둠과 로툰다의
아이보리톤 밝음의 대조가 굉장히 기분 좋습니다.
이때 드는 생각은 솔직히, '사람 없어 좋다'입니다.
나 혼자, 이 엄청난 문화재와 일대일로 만나는 순간...모나리자 앞의 인파처럼 주위가 소란스러우면 솔직히
짜증나지 않겠습니까...삼성측은 '여기는 명품과 만나는 곳이다. 사람이 많으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애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작품에 대해 큰 소리로 설명하는 걸 보니 좀 짜증이 났구요,
겸재 그림을 눈이 빠지도록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따각따각 하이힐 소리내며 다가오는 여자를 XXXX XXXXX.
매튜 바니의 '크리매스터3'(악!!!) 앞에 앉아서 집중 좀 해볼까 하는데 의자를 쉬어가는 벤치 삼은
여성들이 '퍼머는 어디서 할까' '애는 언제 픽업하니' 이렇게 수다를 떠는데 정말!!!!!
여기저기서 좋다고 떠들어는 대는데 도대체 가볼 수가 없으니...
미술관이 권위적이라는 세간의 비난도 이해가 가고...몰리는 인파가
초래할 일종의 폐해가 상상이 가니 미술관의 소장품 아니라 감상 분위기까지 완벽하게
콘트롤하고 싶어하는 미술관측의 예약제 운영도 이해가 가는 바입니다...
암튼 지극히 화려하고 귀족적인 정말, 위화감 팍팍 느끼게 하는 청자 다음에는
모던하고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이고 거침하고 무심한 분청사기 컬렉션입니다.

분청사기 귀얄문 편병.. 높다란 굽~거친 붓질~ 본질만 남긴 진정한 추상 아닙니까요!!!
조선시대 도공이 저렇게 붓질만 몇번 퍽퍽하고 끝! 할 수 있었다니...
분청사기 철화 모란문장군. 요즘 그릇처럼 장식적입니다...

분청사기철화 어문호...물고기 무늬가 코믹합니다...
진양군 영인정씨 묘에서 출토된 유물. 역시 국본데요...오른쪽에 저 앙증맞은 잔 좀 보세요~
2층에는 서화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한쪽 벽에 따로 이것만 걸어놓았는데...
이밖에 불상 불화 등 불교 유물이나 금속공예는 너무 많아 생략...
하나만 더하면, 나중에 리움 가시면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14세기(고려)의 '금동관음보살 좌상'
한번 보세요. 손바닥 만한 크긴데,
오른쪽 무릎위에 떡 하니 올려놓은 오른팔...그 팔뚝의 통통함과 매끄러움이 가히 압권입니다...
5~6세기 신라시대 금동 신발, 10~11세기 고려시대 금동대탑, 가야 금관, 통일신라시대 장식빗, 입이 벌어집니다...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한껏 가슴이 부풀어 미술관 1을 떠나면...
다시 로비를 거쳐 이번에는 현대미술을 모아놓은 미술관2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은 '오픈 스페이스'의 개념을 도입, 유리창을 통해 자작 나무나, 한남동 일대 풍경을 끌어들이려
한 것 같습니다. 창문은 햇살 때문인지 (혹시 또다른 이유가 있을 듯도 합니다만) 모조리 차양을
드리워 놓아 좀 답답하지만요...
이쪽을 보면 박수근 박수근 박수근 박수근, 저쪽으로 가면 이중섭 이중섭 이중섭, 바로 옆에는 장욱진 장욱진
장욱진...
또

루이스 부르조아

샘 테일러 우드

요셉 보이스
이밖에 앤디 워홀 프랑크 스텔라 프란시스 베이컨 구르스키 도날드 저드 댄 플래빈 애니쉬 카푸어 게르하르트
리히터...
암튼 이중 한가지만 갤러리에 전시돼도 큰 박스 기사를 쓰고도 남았는데
그런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말그대로 한꺼번에 모였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좋아할 작품은
데미언 허스트의 '죽음의 춤'...너무나 감각적이고 예쁜 알약 수천개를 진열대에 좍 올려놓았습니다...
인간 욕망 비판이겠지만...저는 하루에 한번씩 한가지 소원을 빌며 그 알약을 한개씩 먹고 싶더군요~
그리고 매튜 바니! 크리매스터3!튜 바니! 크리매스터3!
아이고 3시간이 넘는 것을 보려니 엉덩이가 아파...(푹신한 의자좀 놔 주세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11시 땡 치면 미술관에 달려들어가 2시까지 보고 나오는게 목표입니다...
근데 이건 다른 크리매스터 시리즈랑 많이 다르던데, 평가가 더 업인가요, 다운인가요...
상설 전시의 매력은...
뉴욕 모마에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하나를 보러가듯,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재 하나, 그림 하나 보러가는 공간을 갖는 것이겠지요...
암튼 리움에 대한 반응은,
어디까지나 제가 오고가다 들은 정도의 수준이지만
1.(고미술 전시장이) 특히 훌륭하다... 고미술 컬렉선이 압권이다...
2. 현대미술 전시관은 따로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원래 운현궁 근처 부지에 프랭크 게리 디자인으로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IMF때 무산)
3. 자코메티 등 작품은 훌륭한데...디스플레이가 별로다...작품을 하나하나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묻혀버리게 한다...어딘지 답답하다...
4. 현대미술 전시관의 개념은 '오픈 스페이스'인데 삼성미술관 운영은 좀 폐쇄적이라
두가지가 충돌한다. (권위적이라는 표현을 쓴 사람도 있습니다)
5. 개성이 강한 건물끼리 물과 기름인 것 아닌가(이점은 좀더 건축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긴 합니다만)
물론 삼성 아니면 누가 이렇게 하겠습니까...
(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술전시를 보니 여기에도 박수근 장욱진 이상범 그림을 비롯해
각종 유물이, 모조리 진품으로만 등장하더군요. 이렇게 진품을 싹 갖춰 어린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있겠습니까...물론 예약제로 운영하다 보니 어린이 관객은 한명도 못 봤지만요.)
열불 나더라도 기다렸다가 꼭 예약에 성공해 가보시기 바랍니다...
당연하겠지만 '나 누구누군데 나 좀 가보자'라는 전화가 무지 많이 온답니다...
삼성미술관을 나와 좀 내려가다가 주차장 중간 쯤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 사잇길로 내려가면,
너무나 귀여운 오거리가 나옵니다. 구멍가게에 가까운 '수퍼마켙'하고 세탁소하고, 분식점 등이
뱅 둘러 모여있는 전형적인 강북 분위기인데...암튼 삼성 미술관 컴플렉스 덕에 주위에 고층 건물이
못 들어서고...그 덕에 이런 정겨운 풍경이 오래도록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 무지 길죠...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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