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홈 |  기자 블로그 |  새로운 글 |  Blog뉴스 |  카페  |  사진마을 블로그 개설 |  랜덤 블로그
우주비행
blog.chosun.com/nami1028
 
피래미 (nami1028)
위 똥꼬 보일락말락 한 놈은 제 아들놈입니다. 놀러 오셨으면 여덟살 새끼 '인류'의 일기 읽어 보고 가세요~~ ^^
전체게시물 (20)
새끼 '인류'의 일기  
인류속에 살아남기  
인류의 적들  
뉴스 엮인글  
뉴스 스크랩  
낙서장  
 
Today  24    / Total  4282
  
전체 게시물(20)    블로그형  게시판형  리스트형
17. 2009.12.12. 날씨: 알맞은 겨울날씨.    2009/12/11 18:02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nami1028/4372695

엄마도 나도 한 며칠 바빴다.

할아버지의 입원이 예상보다 길어져 엄마는 병원에 왔다갔다하느라 바빴고, 나도 덩달아 엄마꼬리에 붙어 다니느라 바빴다. 그저 엄마가 가자면 가고, 자라면 자고, 먹으라면 먹고, 때리면 맞고, 혼내면 혼나고, 뽀뽀하자면 입술 내주는 그런 수동적 삶이다. 학교에서 성취도평가 시험이란 게 있어서 엄마는 그 와중에 새벽까지 잠도 안 재우며 나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엄마 본인이 바빴던 관계로 시험 하루 전날 벼락치기를 했는데, 어디서 가져왔는데 도무지 1학년수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고난이도의 문장제 문제집을 들고 와 나를 고문했다. 엄마는 공부 시작 전, 이 한마디를 먼저 했다.

"오늘 밤, 엄마 입에서 튀어 나오는 그 어떤 말과 행동도 내일이면 잊어라. 머리위로 수증기날리 듯 훌훌 날려버려! 그게 널 위해서도 엄말 위해서도 좋아!"

비장한 엄마의 표정에서 난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고,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난 서러웠고, 무서웠고, 괴로웠고, 그래서 꺼이꺼이 울며 엄마를 위한 공부를 했다. 다음날, 시험은 껌처럼 쉬웠고 난 엄마한테 당당히 말해주었다.

"엄마, 어젯밤 엄마가 가르쳐 준 문제 하나도 안나왔어요!"

기뻐하는 엄마를 보는데, 수증기처럼 날려 버리라는 그 말이 자꾸 생각나는 건 왜인지.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안 그러면 되잖아. 맨날 나한테는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우리 엄마도 가만 보면 참 돌***다.

 

할아버지는 폐에 생긴 종양 조직검사를 위해, 가는 주사바늘을 꽂아 조직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폐에 구멍이 생겨 생고생을 하셨다. 이미 할아버지는 심장 수술도 하셨고 얼마전엔 폐가 굳어가는 그런 병도 진단받은 상태라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새로운 병에 대해 별로 예민하게 반응을 안하다. 엄마말로는 사람이 너무 이것저것 많이 아프면 그렇게 된단다. 그런데 병원에서 보는 외가 식구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만 시골에 사시고 엄마네 4남매는 모두 서울에 살기 때문에,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서울 병원에 올라 오실때마다 식구들이 다 모여 오히려 더 시끌벅적 활기가 느껴진다.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우리집에 며칠 계시는 동안 외삼촌이랑 이모가 놀러 와서 좋았고, 입원이 길어지면서 외할머니까지 올라오자 아예 병실에서 온가족이 다 모여 명절처럼 흥겹기까지 했다. 흉부외과 병동의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환자들 속에서, 할아버지 역시 치명적인 병이 하나 더 얹어지는 상황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가족이 다 한데 모인다는 게 마냥 좋고 신나 보였다. 옆 침대에선 끙끙대는데도 소곤소곤 밀린 얘기들을 하며 웃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그런다. 병실 사람들도 딱히 짜증내는 사람도 없다. 엄마 말로는, 병치레가 잦고 깊을 수록 차라리 축 처져 죽을 날 받아놓은 듯 있는 것 보단 웃으며 별일 아닌냥 서로를 대하는게 훨 낫다고 했다. 옆침대 젊은 형아는 군대서 쓰러져 세브란스로 실려와 심장수술을 받았단다. 의사들이 와서 숨쉬는 연습(?)을 시키는데 헉헉대며 숨쉬는 훈련을 하는게 너무 불쌍해 보였다. 숨쉬다 죽을 것 같았다. 예전에 할아버지도 그랬단다. 엄마도 심장이 안좋다고 하니 엄마도 어쩌면 똑같이 그럴지도 모른다. 사는게 뭔지 참...

엄마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한테 그랬다.

"엄마, 아빠는 병원에 있는게 좋제? 돈 걱정만 없으면 이렇게 병원에서 착착 갖다주는 깔끔한 병원밥 먹어가며 유유히 지내는게 좋제" '라고.

 

사는게 늘 바쁘고 분주했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에겐 병원이 가장 안전하고 속편하며 가족까지 한데 모이게 하는 최고의 휴식 공간 인 것 같다.  늘 크고 작은 병이 끊이지 않는 엄마네 가족들에겐 병원이 집처럼 편한 모양이다.

너무 그러면 안되는데. 내가 의사가 되면 몰라도. ^^



  댓글 (0)  |  엮인글 (0)
16.2009.12.5. 날씨: 엄청 추워 집밖에도 안나갔음.    2009/12/05 22:48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nami1028/4361103

싫은 애가 있다.

그 자식은 맨날 나만 보면 발로 찬다. 내가 그 자식보다 머리 두개는 더 큰데 대체 뭘 믿고 까부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이제 곧 태권도 검은띠를 허리에 두를텐데 그걸 알기나 한걸까?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고 비밀로 했는데 오늘 짐볼로 펀치를 날리는 연습을 하다 어쩌다 말을 해버리게 됐다. 예상대로 길길이 날뛰며 나를 상대로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 주셨다. 일단 멱살을 잡고 얼굴을 바짝 끌어당긴 후 귀에다 대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엄마가 자주 하는 그 욕을 해 주란다. 그래도 안되면 멱살을 잡자마자 번개처럼 뒷발을 걸어 쓰러뜨린 후, 더 번개처럼 깔고 앉아 손바닥으로 몇대 얼굴을 다다닥 때린후 엄마가 늘 내게 하는 살벌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한번만 더 까불면 그땐 죽어! 라는 멘트를 날려주란다. 절대 상처를 입도록 때려선 안되고 선생님과 어른들이 있는데서 그래도 안된단다. 참으로 엄마답다. 울엄마니까 여덟살 아들한테 이런말을 할 수 있는거다. 엄마말로는 내가 순해빠져서 약은 놈들이 그걸 알고 선빵을 날리는 거란다. 그치만 속으로는 조금은 긴장하고 있을테니 절대 기죽지 말고 겁내하지 말고 더 쎈놈, 더 강한놈이란 걸 확실히 알게 해 주라는 거다. 울 엄마는 어떻게 그런걸 다 알까. 참.

 

엄만 내게 검사가 되라고 한다.

이 직업 저 직업 전전해 본 잡학다식한 울엄마의 결론은, 결국 권력을 가져야 폼(?)나게 살 수 있다는 거다. 돈은 알맞게만 있으면 되지만 권력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야 그 권력을 휘두르건 휘두르지 않건 쪼잔한 일에 연루 안되고 더 나은 목표를 향해 꿈을 꿀 수 있어진다는 거다. 미실 못지 않은 통찰력이다.ㅎㅎ. 엄마의 못다이룬 꿈이 법조인과 예술가란다. 그래서 난 법대를 가야하고, 피아노를 배워둬야 한다. 법을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있고, 감성이 남달라야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단다. 어려운 말같지만 딱히 이해 못할 말도 아니다. 난 대충 이해한다. 난 엄마와 생김도 닮았고, 혈액형도 닮았고, 성질도 닮았다. 그래서 엄마의 꿈에 닿는게 쉬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엄마가 날 잘 키워야 한다. 기왕이면 엄마도 멈추지 말고 더 컸으면 좋겠고.

 

짐볼을 때리고 차고 난리를 쳤더니 땀난다.

엄만 샌드백을 하나 사서 거실에 달고 싶어한다. 맨날 천정을 보며 어디다 샌드백을 달면 좋을까 연구중이다. 엄마도 나처럼 갈겨주고 싶은 사람이 많은가 보다. 아쉬운 대로 짐볼도 괜찮긴 한데.

엄마, 자제하세요. ^^



  댓글 (0)  |  엮인글 (0)
15. 2009.12.4. 금. 날씨: 쬐끔 추워짐.    2009/12/04 22:16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nami1028/4359217

인천대교에 갔다.

할아버지가 내일 입원하시기 때문에 엄마가 오늘 바람이나 쏘이고 입원하시라고 인천대교로 관광을 간 거다. 세계에서 몇번째로 긴 다리라는데, 와~ 하다 보니 금방 다 지나가 버렸다. 통행료 5500원을 내며 통행료와 관계된 허접한 지식과 생각들을 엄마답게 깊고도 길게 할아버지와 내게 피력했다. 할아버지도 엄마못지 않게 달변에 롱변이라 둘은 죽이 잘 맞는듯 했으나 난 아니올시다다. 모르지, 내 유전자도 엄마네 식구들을 너무도 멀쩡히 잘 닮아 있으니 그 점만 예외이기도 쉽진 않겠지. 요금소에서 영종도 세부도를 주어 꼼꼼이 살펴보며 엄마에게 길 안내를 해주었다. 할아버지와 엄마는 신기해하며 그런 나를 영특하다며 흐뭇해했다. 아들이 꽃미남에다 머리까지 좋으니 엄마는 참 좋을 거다.  

 

영종도를 두어바퀴 돌았다.

난 지겨워 죽겠는데 엄마와 할아버지는 뭐가 신나는 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죽이 잘 맞는것 같다. 원래 엄마는 어딜 가도 한번에 안가고 가다 궁금한 곳이 있으면 꼭 그쪽으로 잘 샌다. 정작 목적지엔 못가거나 헐레벌떡 갔다 오기 바쁜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삶도 마찬가지다. 직업도 몇번이나 바뀌었고 무슨 일을 해도 한번에 하나씩 안하고 문어발처럼 벌려놓길 잘한다. 책도 동시에 여러권을 보고, TV도 이채널 저채널 돌려가며 본다. 나를 혼내면서도 컴퓨터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그리고 지금도 투잡이다. 딱히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암튼 하나만 지그시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한마디로 정서불안이지. 내가 딱 그 유전자다. 어쩔겨.

 

다리를 넘었으면 다시돌아 오는 건 공짜로 해줘야지 들어갈때 돈받고 나올때 왜 또 돈을 받는건지. 울엄마 주머니 사정도 안좋은데 무슨 돈 먹는 섬도 아니고 돈을 왜 그렇게 많이 먹는담. 어린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데 욕쟁이 울엄만 얼마나 또 욕을 해댔을지 상상에 맡기겠다. 놀이공원은 들어갈때만 받던데. 엄만 통행료 아끼겠다며 북인천IC로 나와 휘 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기름값이 더 나왔다며 또... 역시 상상에 맡기겠다.

 

어릴땐 엄마한테 달랑 들려서 차에 실려 아무데나 끌려 다녀도 뭐가 뭔지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지겹고 짜증나고 진짜 미칠것 같다. 이짓도 얼마 못할 것 같다. 도저히.

 

엄마, 엄만 제 나이때 어른들 세계엔 관심도 없었잖아요. 난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많이 아는것 같아요, 엄마 때문에. 진짜 엄마비위 많이 맞춰가며 살아주는 거예요. 알고나 계세요.



  댓글 (0)  |  엮인글 (1)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