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까마귀 울음소리가 길게 여운을 끌며 젊은이의 머리 위를 가로질렀다. 그렇게 들어서 그런지 그가 사냥을 그치고 병풍산을 내려올 때부터 뒤따르듯 하던 소리였다. 무엇 때문인지 젊은이가 주름 잡힌 미간을 들어 머리 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간 까마귀에 화답하듯 또 다른 까마귀 몇 마리가 저편에서 날아오고 있었다.가만히 고삐를 말안장에 걸친 젊은이가 재빨리 화승총을 빼내 들었다. 그 고장 사람들이 흔히 '돔방총'이라고 부르는 총신(銃身)을 짧게 한 화승총이었는데, 미리부터 화약과 탄환이 재워져 있고 화승마저 끼워져 있었던 듯했다. 빼든 총을 왼손으로 옮겨 쥔 젊은이는 이어 오른손으로 조끼 주머니에서 당황(唐黃) 한 개비를 꺼내 안장의 딱딱한 곳에 그었다. 나중에 딱성냥으로 불리게 된 박래품(舶來品) 내풍인촌(耐風燐寸)이라 가벼운 발화 소리와 함께 바로 불이 일었다. 그 불을 화승에 붙인 젊은이가 총을 들어 하늘 한 구석을 겨냥했다. 연신 불길한 울음소리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마귀 쪽이었다.오래잖아 요란한 총포소리와 함께 젊은이의 머리 위 오륙십 걸음 되는 곳을 비껴 날던 까마귀 가운데 한 마리가 검은 깃을 사방으로 흩으며 떨어졌다. 나중에 그의 삶을 기록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 위에서 나는 새를 맞혀 떨어뜨렸다"고 증언하는 그의 빼어난 사격 솜씨였다. 남은 까마귀들이 놀란 울음을 삼키며 황급히 가까운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 젊은이의 이름은 중근이고 성은 순흥(順興)을 본관으로 하는 안(安)씨였다. 이름이 중근인 것은 젖먹이 때부터 주변의 자극에 너무 예민하고 반응이 빠른 그의 성격을 가볍다고 여긴 아버지 안태훈(安泰勳)이 집안의 항렬자인 근(根)에다 무거울 중(重)자를 얹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안인수(安仁壽)는 그의 몸에 북두칠성을 닮은 일곱 개의 점이 있다 하여 응칠(應七)이란 이름으로 그 상서로움을 기렸고, 아버지 안태훈은 따로 아들에게 자임(子任)이란 아명(兒名)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릴 적에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은 응칠이었고, 관례와 혼례를 치른 뒤에는 관명인 중근이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 자리의 한 일본 특파원은 베이징에서 북한 관련 '1차 정보'를 얻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들려줬다. 일본 신문은 통상 베이징에 특파원 네 명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 중 한 명은 북한 담당이다. 그는 중국말은 잘 못하고, 오히려 한국어를 잘한다.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의 비행기가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날 그는 서우두(首都)공항으로 나간다. 평양에서 외부 세계로 나가는 '길목'인 이곳에서 입·출국자를 체크한다. 때문에 고려항공이 도착하는 날은 공항에는 일본 언론 기자 10여명이 항상 보인다. 일본 외에 이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 NHK의 경우, 공항에 오토바이를 배치해 뒀다가 김정남이 나타나자 파파라치처럼 추적한 적이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Hill)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 대표이다. 그가 얼마 전 서울의 한 대중 식당에서 정부의 외교팀과 식사를 같이 할 때다. 힐 차관보는 식사 중 식당 저편에 앉아 있는 동양인 몇 명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는 "나를 24시간 쫓아다니는 일본 통신사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그들을 향해 손짓을 하며 알은체를 하기도 했다.정보를 생산하는 당사자로부터 직접 얻는 '1차 정보'와, 전언(傳言)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얻는 '2차 정보'는 하늘과 땅 차이다. 2차 정보는 전달자의 시각에 따라 휘기도 하고, 부정확하기도 하다. 정확한 정보는 사람과 나라를 살리고, 부정확한 정보는 죽인다.이는 비단 언론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언론기관 말고도, 국가 정보기관, 기업, 선교사, 태권도 사범 등 우리의 많은 인력이 외국에 나가 있다. 이들 조직이 다 정보를 생산한다. 정보기관은 그들대로, 기업 주재원은 주재원대로 조직에 현지 정보 보고를 한다. 문제는, '1차 정보'보다는 '2차 정보'를 생산하는 데 있다. 이것이 세계 10위권인 우리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차이다. 'B급 국가'에서 'A급 국가'로 가려면 우리는 반드시 이 차이를 넘어서야 한다.